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코로나19로 인도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자 수십 년 만에 육안으로 히말라야 산맥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세계의 굴뚝’이자 코로나19 사태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의 대기 질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국가가 강력한 이동 제한 명령을 시행하는 유럽 지역의 대기 질도 크게 좋아졌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인간 활동을 제약받고 있지만 그 결과 오히려 지구촌의 공기가 맑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 ‘가이아(지구생명체)’에게는 인간이 바이러스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항체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집단 심리에 대한 정신분석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만심에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원 같은 곳에서 원숭이가 먹이를 구걸하는 모습만 봐도 본능적으로 우월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때 다윈이 종의 기원을 통해 진화론을 발표한 후 한동안 사람들은 진화론이 인간을 원숭이의 후손으로 여기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분노와 조소를 동시에 보냈다. 물론 이는 다윈의 진화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탓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사실 인간은 원숭이가 맞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약 100여 종이 넘는 원숭이 무리 중 인간이라 불리는 원숭이의 한 종인 셈이다. 인간은 다른 원숭이 종과 유전학적으로도 한 끗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동물분류학에서 원숭이는 영장목에 속한다. 현재 약 200여 종의 영장류가 있으며, 그중 140여 종이 원숭이이다. 인간은 꼬리 없는 원숭이, 즉 성성이과에 속하며 여기에는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등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침팬지가 고릴라보다 인간과 더 가깝다는 사실이다. 분자 계통학의 최근 연구 결과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자가 98.2퍼센트 동일하다. 이 사실로 인해서 인간의 유연관계가 압축됐다. 즉 침팬지는 인간의 형제인 반면, 고릴라는 침팬지의 사촌이며 동시에 인간의 사촌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인간이 다른 원숭이 종들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생물종임을 믿고 싶은 이들은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유전학은 이들이 서로 한 끗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인간이 침팬지와 보노보의 형제라는 것은 500만년에서 800만년 전쯤 아프리카 어딘가에 살았던 단 하나의 공통조상으로부터 비롯됐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형제나 사촌 영장류와 달리 가장 똑똑한, 달리말해 지능이 고도로 진화한 동물임에 틀림없다. 물론 똑똑하다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진화적 차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인류만 똑똑해졌을까? 다른 영장류나 동물에 비해 지능이 고도로 진화했을까? 일찍이 다윈은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간극을 ‘자의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철학적으로 접근하면 자의식은 한마디로 타자에 대한 인식이다. 자신과 관계 맺고 있는 타자, 그리고 세계(자연)에 대한 반성의식이 인간 지능을 고도화로 이끈 실마리가 아닐까.

코로나19로 인해 황사가 사라지고 지구가 깨끗해진 역설적 상황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식 역시 인류가 가져야할 자의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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