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누구를 보호하는가? 세입자를 보호하는가? 임대인을 보호하는가? ‘임대차보호’는 무슨 의미인가? 임대차는 임대하고 임차하는 행위를 말한다. 말 그대로 풀어보면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거래 행위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사실은 정반대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기여한 바가 없지는 않다. 1년으로 계약해도 2년으로 본다는 규정, 최우선 변제 조항을 두어 소액보증금 보호에 기여한 점, 확정일자 조항을 두어 보증금을 우선 변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은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주거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거권 파괴법’이고 ‘임대인 보호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왜 주거권을 파괴한다고 보는가? 묵시적 갱신을 담은 6조 1항에서 임대인이 계약 끝나기 6개월에서 1개월 사이에 세입자에게 계약 연장 거절을 하지 않으면 같은 기간 동안 같은 조건으로 연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 조항이 주거권 파괴 조항이다. 문명국이라면 어느 나라나 인정하는 ‘계속거주권’을 부정하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주거의 권리는 인권으로서 유엔에서도 주거의 7대 요소를 정리하면서 ‘법적 안정성’을 중요하게 다뤘다. 법적인 안정이 보장되지 않으면 주거권이 흔들리고 주거 상태가 불안에 빠지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법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핵심 문제다. 오히려 법이 주거 안정권을 해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2년 시한부 주거’를 규정해 놓은 것이다. 세계 문명국가 가운데 이런 나라는 없다.

프랑스도 독일도 스위스도 네덜란드도 일본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세입자는 같은 셋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다. 독일은 대부분의 경우 ‘기한 없는 계약’을 하고 있다. 법률도 기한 없는 계약을 장려한다. 국민 80~90%는 기한 없는 계약을 하고 산다. 일부는 우리처럼 계약기간을 정하고 계약을 하지만 계약기간이 다가올 때 세입자가 나가겠다고 말하지 않으면 계약은 무기한으로 자동 연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일 세입자는 평균 12.8년 사는데 한국세입자는 평균 3년 남짓 밖에 못 산다.

한국 세입자는 늘 불안에 시달린다. 임대인이 언제 나가라고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안도 불안이거니와 이사를 자주하면 이웃은 물론 친구와도 헤어져야 한다. 대개는 주거 상태가 더 안 좋은 곳으로 옮겨야 한다. 지상에 있다가 지하 또는 반지하로 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옥탑방이나 고시원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이사비도 큰 부담이다.

다른 문명국에서는 공정한 규정에 따라 임대료가 결정된다. 하지만 한국은 아니다. 임대인이 올리고 싶은 대로 부를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5% 상한 조항이 있긴 하다. 문제는 계약 기간 동안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계약 기간 동안 발생한 경제적 변화, 물가의 폭등 같은 현상이 발생했을 때 5% 이상의 추가 인상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계약을 연장할 때는 5%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왜? 계속거주권이 없으니까.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년 이상 계속 거주’를 막는 조항을 두고 있다. 바로 이 조항 때문에 전월세 상한 규정을 둘 수 없고 두더라고 실효성이 전혀 없게 된다. 이런 이유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보호법이 아니라 주거권 파괴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계속거주권을 부정하고 임대료를 관리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임대인에게 절대 유리한 법률이다. 세입자에겐 단기 거주라는 족쇄를 채우고 임대인에겐 무한의 자유를 주어 집을 ‘무한의 탐욕’을 추구하는 도구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세입자도 국민이다. 국민 모두가 주거안정을 누리는 나라로 바꿀 책임이 국회와 정부에게 있다. 국회의석의 60%를 차지한 민주당이 앞장서서 세입자의 고통을 해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10년 전부터 계약갱신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공약했다. 문 대통령도 여러 번 공약했다. 정부와 국회는 계속거주권을 보장하고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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