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귀로 먹고 입으로 보는 사람입니다” (일러스트: 김예슬 기자) ⓒ천지일보 2020.4.16
“우리는 귀로 먹고 입으로 보는 사람입니다” (일러스트: 김예슬 기자) ⓒ천지일보 2020.4.16

 

알고 보면 입․코․귀로 다 볼 수 있다?

맛보고, 냄새 맡아보고, 귀로 들어보고

신체에 관련된 속담… 교훈적 내용 많아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오래전 맥주를 눈으로 마시는 광고가 있었다. 먹고 마시고 맛보는 것은 입으로 하는 것인데 눈으로 마시는 맥주라는 콘셉트가 참신했다. 이처럼 각 기관이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빗대어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거나 요구할 때 쓰는 표현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알아먹다”이다. ‘알아듣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상대방이 말을 못 알아들어 답답한 마음이 극에 달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비슷한 예로 “들어먹다”도 있다. “아~ 좀. 말 좀 들어먹으라고!”처럼 말이다. 사실 ‘들어먹다’는 ‘재물이나 밑천 따위를 헛되이 다 없애다’ ‘남의 것을 자기 차지로 만들다’는 뜻을 갖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매운맛 좀 볼래?” “맛보기 동영상” 등의 표현이 있다. 동사 ‘보다’의 사전적 의미는 ‘눈으로 대상의 존재나 형태적 특징을 알다’ ‘눈으로 대상을 즐기거나 감상하다’ ‘책이나 신문 따위를 읽다’가 있다. 여기에 보조동사로 ‘어떤 행동을 시험 삼아 함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맛보다” “(냄새 따위를) 맡아보다” 등의 표현을 쓰게 된다.

 

우리는 흔히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향해 “말 좀 들어먹으라고!”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16
우리는 흔히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향해 “말 좀 들어먹으라고!”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16

즉 감각기관은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수용기를 통해 진경자극의 형태로 전환해 중추신경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말하는 빛을 인지하는 눈, 냄새를 인지하는 코, 소리를 듣는 귀, 맛을 분별하는 혀 그리고 피부가 대표적인 감각기관이다.

이러한 감각기관의 특성을 언어 즉 대화에 녹여내는 능력은 우리 민족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탁월하다. 새삼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위대함에 다시 한 번 감사하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단어들을 만들어내는 우리 민족의 창의력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특히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여 몸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한 우리 민족답게 신체(몸)를 소재로 한 속담이 많은 것도 특징 중 하나다. 물론 우리 몸의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체 중에서도 ‘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신체 그중에서도 눈, 코, 입, 귀 등 감각기관을 소재로 한 속담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체 중에서도 ‘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16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체 중에서도 ‘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16

“눈 가리고 아옹하기” “코 아래 진상이 제일이라.”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 “눈 먼 놈이 앞장선다.” “눈은 뜨고 입은 다물어야 한다.” “내 코가 석자다.” “귀 소문 말고 눈 소문 하라.” “귀에다 말뚝을 박았나.” “입은 무거워야 하고 발은 가벼워야 한다.” “입과 혀는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다.”

눈이나 입, 귀에 관련된 속담은 유독 언행에 관련된 것이 많다. 특히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말처럼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입을 함부로 놀리지 못할 것이다.

또한 “귀 소문 말고 눈 소문 하라.”는 말처럼 항간에 떠도는 소문 즉 풍문, 가짜뉴스와 같은 확인되지 않은 말들에 대해서도 항상 주의를 귀울여야 한다. 내가 직접 보고 확인해보지 않는 이상 속보와 이슈에만 집중해 편파적인 뉴스와 오보를 쏟아내고 있는 언론을 믿었다가는 그야 말로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코로나19 문제를 접근하는 언론일수록 요즘 말로 믿고 걸러야 한다.

우리의 인체는 신비하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생각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데카르트의 말처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범주에 들어가고 싶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눈과 귀와 입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언론의 홍수 속에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탁류 속에서 진실을 찾을 수 있는 힘은 내가 보고 들은 것이 과연 진실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에 있다. 귀 있는 자는 들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