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 ㈜영화사샘 대표 겸 제작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창작 ‘소재’ 찾기가 관건, 제작ㆍ연출 의도 맞아야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영화요? 정의롭고 아름다운 것이죠. 그런 건강한 영화라면 수년이 걸려도 만들 겁니다.”

7년 만에 세 번째 작품을 들고 관객을 찾은 김동현 ㈜영화사샘 대표 겸 제작자가 한 말이다. 사실 그가 자부심을 갖고 내놓은 영화 <량강도 아이들>은 개봉하기까지 준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투자사를 찾지 못해 발버둥 치고, 개봉시기를 놓치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여러 차례 개봉일을 연기하게 돼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게 됐다.

김동현 대표는 “7년 전 작품을 기획했을 때와 지금의 마음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며 “후회없이 잘 견뎌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후회 없다’는 말한 것은 <량강도 아이들>이 제작과 연출의 의도를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는 “첫 번째 작품은 기획 단계에서 엇나갔고, 두 번째 작품은 기획은 좋았으나 최종적으로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세 번째 작품인 <량강도 아이들>은 연출 의도와 제작 의도, 배우 등 모두가 일치했기 때문에 야심차게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를 개봉하기까지는 탑배우가 연기했더라도 기획과 연출이 맞지 않아서 개봉하지 못하는 일이 영화계에서 비일비재하다.

김 대표는 작품성을 보지 않고 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문화는 결코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산업이 많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진전이 없는 것은 창작가들이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투자 사업에 용기 있게 부딪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투자를 유치하지 않으면 회사 운영을 할 수 없고, 영화를 제작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창작 활동에 제약이 된다면 과감하게 부딪혀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급하게 투자를 유치하면 당시 짧게는 운영할 수 있으나, 길게 봤을 때는 오히려 생명력을 단축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강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동현 제작자. 어떻게 영화 제작을 하게 됐을까. 그는 어렸을 때 영화와 극장 외에 공부, 학교 등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남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놀러 다닌다고 오해하든 말든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극장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배우고 싶은 것이 학교에는 없고 극장에 있었던 거죠. 영화를 보며 배우고 느끼고, 창작하는 것이 즐거웠어요.”

마산 토박이 김 대표는 그렇게 ‘영화’ 하나를 위해 상경했다. 서울에 올라와 집념으로 영화사를 시작하고,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피디라 부르고 대표, 이제는 제작자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는 “영화에 대해 제대로 배운 것도 없었다. 영화가 그냥 좋았을 뿐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 영화 <량강도 아이들>은 북한 아이들이 산타 옷을 입고 크리스마스 기적을 만들어가는 내용이다. 아역 배우들의 북한말 솜씨는 실제 북한 아이들인 것처럼 실감난다. (사진제공. ㈜영화사샘)

창작하는 사람이 항상 찾는 것은 소재다. 김 대표 말에 따르면 극본을 쓰기로 마음을 먹으면 쓰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는 어떠한 내용을 전개할 것인 지는 ‘소재’에 달렸다는 말이다.

“창작하는 사람이 흥행을 좇는 것은 망하는 길이에요. 제작자가 창작 소재로 공들여 만든 작품이 스타를 키워내는 것이죠.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창작 개념부터 이해하고 정립해야할 부분이 많아요.”

북한을 그린 영화 <량강도 아이들>은 김 대표의 창작과 호기심에서 출발한 실화 바탕의 휴먼 드라마다. 크리스마스가 없어 산타도 모르는 북한 아이들이 남한에서 보낸 선물 (산타옷ㆍ카드ㆍ로봇)로 자신들의 크리스마스를 만드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크리스마스와 산타는 아이들의 희망이다. 북한에는 크리스마스도 없고 산타도 없으니, 북한 아이들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결론에서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아이들을 구하고 싶었다. 구할 수 없으니 구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강한 영화란 무엇일까. “오랜 시간이 걸려도 만들 가치가 있는 작품이요. 오랫동안 보듬고 있어도 개봉하고 싶은 영화, 7년 걸린 <량강도 아이들>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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