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가운데)과 박형준(오른쪽),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과 관련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가운데)과 박형준(오른쪽),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대호·차명진 후보의 막말’과 관련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4.9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21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세간에 문재인 정부는 야당 복이 터졌다는 말이 실감나는 총선이었다.

여당 심판론을 내세운 통합당은 전체 지역구 253석 중 121석이 걸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겨우 16석을 얻었다. 민심의 잣대인 수도권 전멸은 사실상 민심이 통합당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것을 뜻한다.

여당 압승의 일동공신은 야당 후보들이었다. 야당 후보들의 막말은 국민적 반발심을 샀다. 여권의 오만과 친문 패권주의를 막자고 읍소했지만, 정작 스스로의 오만은 버리지 않았음을 후보들이 막말로 증명했다. 야당 후보들의 막말은 콘크리트 지지층을 제외한 중도층과 무당층이 민주당을 선택하도록 만들었고, 막말 후보들은 야당의 엑스맨 역할을 한 꼴이 됐다. 총선 직전 화를 자초한 야당 후보들의 막말을 정리했다.

◆ “인천 촌구석” 인천을 뒤집다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이던 인천은 이번에 온통 푸른색 깃발이 꽂혔다.

민주당 압승 이후 통합당 정승연 인천 연수갑 후보의 “인천 촌구석”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 후보의 발언은 선거 때마다 인천 시민들에게 아픔을 줬던 ‘인천 비하’를 상기시켜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는 지난달 말 선거캠프를 찾은 유승민 후보에게 “평소 존경하던 유승민 대표께서 이렇게 인천 촌구석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인사치레였으나 인천 민심은 싸늘했고 여파는 컸다. 유 의원이 “인천이 어떻게 촌인가”라고 응수했으나, 쏟아진 말을 주워 담기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앞서 2018년 6월 당시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도 한 시사프로에 출연해 “인천의 실업률과 가계부채, 자살률, 복지비 등이 꼴찌”라며 “지금부터 10년 전, 5년 전에도 그렇고 인천이란 도시가 그렇다”고 인천을 비하해 파문이 일었고,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사퇴한바 있다.

◆3040 뒤집은 “3040 세대는 무논리”

지난 6일 통합당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는 “3040세대는 무논리”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김 후보의 이날 발언은 30~40세대의 통합당 지지율이 낮은 것을 비판하면서 나왔다.

김 후보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60대와 70대, 깨어있는 50대 민주화 세력들의 문제의식은 논리가 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서 40대의 (주장은) 논리가 아니다. 그냥 막연한 정서이며 무지와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3040이나 2030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어떻게 성장했는지 구조와 원인, 동력을 모른다”며 "왜 대한민국이 이것밖에 안 되는지 이른바 보수·수구 기득권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김 후보 발언 이후 ‘세대 폄하’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발언 5시간 만에 김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죄의 글을 올렸지만 등 돌린 3040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노년층도 뒤집은 “나이 들면 다 장애인”

김대호 후보는 ‘3040 비하발언’을 한 날 “나이 들면 다 장애인” 발언으로 60대 이상의 민심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날 김 후보는 서울 관악갑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지역 장애인 체육시설 건립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사용하는 시설이 돼야 한다. 장애인들은 다양한데, 나이가 들면 누구나 다 장애인이 된다”고 답해 다시 물의를 빚었다.

통합당 선대위는 김 후보를 제명처리 했지만, 김 후보는 ‘막말 통합당’ ‘국민 비하 통합당’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 시킨 통합당의 엑스맨 꼴이 되고 말았다.

'세대 비하' 등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라 제명 위기에 처한 관악갑 미래통합당 김대호 후보가 당 윤리위원회가 열리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 당사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세대 비하' 등 논란으로 구설수에 올라 제명 위기에 처한 관악갑 미래통합당 김대호 후보가 당 윤리위원회가 열리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 당사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 막말 논란 기름 부은 ‘세월호 막말’

통합당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는 ‘세월호 유가족 폄훼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차 후보는 광화문 세월호 텐트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을 ‘XXX’라는 입에 담기 힘든 말로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지역구 현수막에 똑같이 ‘현수막 XXX’라는 표현을 써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밖에도 광주 서구 갑에서는 주동식 통합당 후보가 광주를 80년대 유산에 사로잡힌 도시,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라고 말해 5.18 폄훼 논란이 일었다.

총선 직전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연거푸 후보들의 막말에 고개를 숙였지만, 민주당으로 향한 중도층과 부동층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통합당의 막말 논란이 그간 고질적으로 있어 왔다는 점이다. 단지 이번에는 한꺼번에 터졌을 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국 이번 총선은 민심을 읽고 ‘고운 말’을 한 민주당이 민심을 못 읽고 ‘막말’을 한 통합당을 이긴 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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