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국내 최대 배달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꼼수 인상 논란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는 “외식업주의 고충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며 “새로운 요금제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배달의 민족이 지난 1일부터 기존 월 8만 8000원의 정액제에서 주문 건당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 체계를 도입한 지 열흘 만이다. 

새로운 요금제는 매출이 많을수록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여서 꼼수 인상 논란에 불을 지폈다. 소상공인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조짐도 엿보였다. 특히 정치권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수수료 없는 공공 배달앱 개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거센 반발에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체계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배달의 민족의 독과점 문제의 폐해를 수면위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2월 독일 배달앱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 민족의 모회사인 우아한 형제들 지분 87%를 40억 달러(약 4조 8000억원)에 인수하면서부터 예고된 사안이다. 배달의 민족은 다양한 음식점주와 배달대행업체,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국내 최대 음식 배달앱으로 지난해 이용자수가 월간 1000만명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인정받아 국내 인터넷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관심을 끌었다. 문제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이미 국내 배달앱 2위와 3위 업체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어서 배달의 민족까지 인수합병할 경우, 국내 배달앱 시장의 99%를 점유해 사실상 배달앱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당시 배달의 민족 측은 당분간 수수료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 됐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사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도 배달앱 분야의 독과점 여부를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여서 양사의 인수합병 승인에도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결국 배달의 민족이 자충수를 둔 셈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소상공인들은 수수료와 광고료 없는 공공 배달앱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 배달앱은 지자체가 운용하는 주문·결제·배달 서비스 플랫폼이다. 중개 수수료나 광고료가 없다. 전북 군산시가 자체 개발한 ‘배달의 명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모델로 경기도, 경북, 경남 등 지자체가 앞다퉈 공공 배달앱 개발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이 같은 공공 배달앱 개발에 대해 지역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과 이처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공공부문이 민간영역까지 뛰어드는 것이 유일한 대안인지, 또 공공 배달앱이 실패할 경우 막대한 예산, 결국 세금이 낭비된다는 측면에서 공공앱 개발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번 논쟁에서 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 이른바 배달기사 라이더들이다. 현재 배달의 민족 라이더는 2300여명으로 모두 개인사업자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청년들과 한 달 단위로 계약해 일하고 있다. 보통 1건당 배달수수료 3천원 안팎을 받아서 기름값, 정비비, 보험료 등은 모두 기사 본인부담이다.

결국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곡예에 가까운 무리한 운전 등 노동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라이더들의 오토바이 사고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배달의 민족이 수시로 바뀌는 배달 수수료 체계에도 정당한 대응을 할 수 없는 구조도 문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배달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배달 기사들의 노동권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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