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교육현장에 사상 초유의 ‘온라인 수업’이 시행되고 있다. 학교에 학생이 가지 않고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하는 원격수업이다. 교육부는 4월 9일 사상 첫 원격수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실천수칙 10가지를 제시했다. 많은 학생이 양방향 영상수업과 온라인교육 콘텐츠 접속을 위해 동시에 몰릴 경우 통신망 과부하로 인터넷이 끊길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 등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이기도 하다.

교육부가 ‘원활한 사용’을 위해 제시한 수칙은 접속 방법, 수업 운영 방법 등에 관한 것이다. 학생이 원격수업을 들을 때 되도록 이동전화가 아닌 유선 인터넷이나 와이파이를 이용하도록 권했다. 무선데이터를 사용하면 요금 부담이 클 수 있고, 일정 용량 이후 품질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접속 폭주로 인한 장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e학습터와EBS 온라인 클래스 등 학습 사이트는 미리 접속하도록 했다. 교육 자료는 가급적 수업 전날(17시 이후)에 업로드·다운로드하라고 했다. 안전한 사용을 위해 영상회의 방에는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링크를 비공개로 하라고 했다. 교사와 학생에게 컴퓨터, 스마트기기, 앱 등에 보안(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모르는 사람이 보낸 전자메일과 문자는 열어보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우려가 현실화 되면서 초·중·고등학교가 비상이 걸렸다. 교사의 준비 미흡, 소프트웨어·단말과 같은 교육시설 부족, 트래픽과 서버 등 인프라 미비 등 많은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원격수업의 핵심 도구인 ‘e학습터’에 교사가 올린 학습 자료가 삭제되는 가하면 온라인 강의에는 대용량 자료의 업로드가 필요한데 원격수업에 필요한 네트워크 용량 특히 학교 내 통신망에 문제가 많이 나타난다. EBS와 e학습터에 동시 접속자가 몰려 사이트 접속이 어렵고 교사와 학생 간 대화가 끊겨 수업이 중단되기도 한다. 양방향 영상 수업에 해킹을 당할 수도 있다. 

교육 콘텐츠도 문제다. 일선 학교의 기존 학습 자료와 교육콘텐츠는 교실 수업에 맞게 제작된 것이다. 원격수업을 위해서는 온라인에 적합한 자료와 지도법이 필요하다. 현장 교사만으로 짧은 시간에 준비해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는 ICT강국이지만 그동안 원격교육은 교육계에서 저평가를 받아왔다. 일반 국민은 비대면(非對面)교육이 대면(對面)교육에 비해 교육성과가 떨어지고 학생의 몰입도가 낮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정부도 인위적으로 원격교육을 멀리해 원격교육에 부족한 점이 많다. 학교 위주의 오프라인 교육 관리 체계를 선호하고 온라인 교육에는 각종 규제를 하면서 교육시스템이 역행했다. 온라인교육을 오프라인교육보다 열등하게 여기고 교실 수업과 구분해 관리해 왔다.

‘사이버 대학’이라는 별도 범주를 만들어 일반 교육과 선을 그었다. 반면에 미국 등 다른 나라는 원격 교육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미네르바’는 입학 경쟁률이 오프라인 대학을 넘어섰다. 평가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출석여부를 중시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앞으로 원격 교육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교육현장에서 원격교육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국민의 교육열기, 우수한 ICT 인프라와 교사 수준을 기반으로 콘텐츠, 교육방법론, 관리시스템을 고도화한다면 우리의 원격교육을 훌륭한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의 선입관을 불식시키고 ICT와 학생 간 친밀도를 높이며 교사도 원격교육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교육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세균 총리의 말처럼 “원격수업은 전인미답의 새로운 길이지만 대한민국 국민 정보화를 한 단계 레벨업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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