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벚꽃 개학이라도 가능할까 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로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온라인 개학’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IT 인프라를 갖춘 나라도 많지 않다. 온라인 개학이라도 할 수 있는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교사나 학생 모두 처음이다 보니 원격수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해 난리다. 이 사달을 예측하고 미리 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4월 9일에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고 이틀간 적응 기간을 거친 후 4월 13일부터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간다. 고1, 2와 중1, 2, 초4, 6은 일주일 뒤인 4월 16일 온라인 개학하고 이틀 적응 기간을 거친 후 4월 20일부터 본격적인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초1, 2는 4월 20일부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초1, 2는 TV로 EBS 수업을 시청하는 방식으로 개학한다. 적응 기간은 학생들이 원격수업 플랫폼에 적응하고 학교안내, 출결, 평가 방법 등을 안내받는 기간이다.

필자의 경우는 이미 6년 전에 수업을 녹화해 온라인에 올려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강의를 제공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온라인 수업이 낯설지 않다. 사이버 대학이 20여년 가까이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평가하고 학위까지 주는 시스템이 정착된 예를 보면 미래의 초·중·고등학교가 지향할 교육 방향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대부분 교사는 준비되지 않은 시스템이라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사이버 대학에서 활용하고 있는 쌍방향 온라인 수업이 초중고에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수업자료방, 과제방, 질의응답방, 1:1의 비밀 상담방, 토론방 등을 다양하게 구축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이 체계화되면 새로운 교육 방식으로 정착이 가능하다. 온라인 학교의 필요성에 의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다. 온라인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는 퇴출당할 수밖에 없어 교사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면 수업에서는 불가능했던 첨단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수업이 온라인에선 가능해진다.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이 비대면 수업의 약점을 커버할 것이다.

미래에 지금과 같이 주5일 등교해 수업받는 학교가 계속 존재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 탓에 강제적으로 온라인 학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온라인 학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맞다. 전인교육, 사회성 발달 등 등교해야만 가능한 수업 위주로 일주일에 3일 정도 편성하고 나머지 시간은 사이버 대학과 같이 온라인 수업과 온라인 과제, 체험활동을 하도록 학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비슷한 전염병이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른다. 수많은 학생이 좁은 공간에서 집단으로 생활하고 단체급식을 하며 온종일 같이 보내는 교육환경은 휴교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교사들도 초창기에 겪는 혼란에 “못 하겠다”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교사가 자신의 수업이 외부에 알려져 비교당하는 걸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더 연구하고 발전해야 한다. 학부모는 “대면 수업해도 집중을 잘 안 하는데 온라인으로 무슨 공부를 하느냐?”라고 불평하지 말고 자녀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온라인 수업의 주체는 교사다. ‘EBS로 통일해서 수업을 듣게 하고 교사들은 평가만 하게 해달라’는 청원대로 하면 수많은 교사가 학교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방향이 정해졌으면 이젠 교사의 능력으로 해결을 하고 보여줘야 한다. 온라인 개학이 어렵고 힘들지만 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교사들이 불평불만하고 있어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온라인 학교에서는 교사 개인 정보유출, 친구의 사생활, 인터넷 에티켓 등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교사들에게 내려진 과도한 지침이나 규제는 교사의 창의적인 수업을 방해한다.

이번 기회에 온라인 교육, 온라인 평가 등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교육시스템으로 변화에 학교가 한 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진단키트에서 앞서갔듯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학교도 선도할 능력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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