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보스턴 주재기자

하버드 법대 최초 한인 교수 석지니 씨는 미국의 유명 CBS 뉴스 앵커로 잘 알려진 댄 레더(Dan Rather) 씨와의 미국 케이블 위성TV 채널(HDNet) 인터뷰에서 정당 방어 살인을 설명하면서 ‘캐슬 독트린(Castle Doctrine)’이라는 원칙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성(城), 즉 보호영역이 있는데, 그 성 안에 들어와 생명을 위협하는 침입자는 죽여도 곧 정당방위가 된다는 원칙이다. 이것은 오래 전 영국으로부터 전해 내려온 일반적인 원칙인데, 미국에서도 그것을 따르고 있고, 요새는 꼭 자신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거리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에서도 이 원칙을 적용시키고 있다는 문제점을 석지니 교수는 지적했다.

정당 방어 살인이 가능한 나라 미국. 무엇이 이것을 가능하게 할까?

1791년에 추가된 미국 연방 수정 헌법 2조에도 “규율 있는 민병대(militia)는 자유국가의 안전보장에 필요하므로, 국민이 무기를 소지할 권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총기 소지 자유 권한에 대한 법적인 정당성을 말하고 있는 것인데, 총은 자신을 지키게 하면서도 정당한 방어 살인을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로서 설명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왜 이러한 법을 헌법 2조에 올려놓을 만큼 중요하게 다루었을까? 총기 소지의 자유에 대한 이러한 헌법적 보장은 서부개척시대와 독립전쟁을 거치는 건국 과정에서 생겨난 자유주의의 상징이며, 미국 시민 개개인의 생명과 자유를 인정 한다는 미국 자유 개척 정신문화의 상징이기도 한 것인 만큼 그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필자도 어릴 때 TV에서 나오는 서부 시대 영화를 종종 봤다. 양쪽에 총을 찬 사나이들이 날카롭게 생긴 가죽부츠에 모자를 쓰고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말을 타고 달리다가 총질을 하며 사람을 죽이는 장면들을 생생히 기억한다.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총을 쏴 죽여서 해결하고, 결투를 해서 죽이는 장면들은, 그저 영화로만 가볍게 보고 그저 재미로 보고 넘길 예사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미국 개척시대 때 벌어지던 미국의 역사였다.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는 총 없이는 세워질 수 없는 나라였고, 그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 부터 살생을 싫어하고 화합과 상생을 추구하던 민족이었다. 그에 비해 미국이란 나라는 피와 총으로 이루어진 역사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미국이 세워지기까지 국내외를 포함해 지금까지 수많은 희생이 요구되어 왔다. 미국 자유 시민 개척 정신의 핵심 포인트는 바로 이것. 부모도, 국가도 아닌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강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에서 개인의 목숨은 스스로 보호하라는 법을 만들어 수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국민들이 완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부는 있을 수 없게 된다. 미국은 스스로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총기 소지가 당연히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해 볼 수 있다.

미국 대부분의 영화에서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등장하는 총. 그리고 잔인한 살상. 또 집안의 가보처럼 모셔둔 긴 장총. 거기에 총을 다루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장면 등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미국의 자유로운 총기 문화인 것이다.

워낙 땅 덩어리가 넓고 다민족이 섞여 살다보니,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911이나 경찰, 혹은 국가가 아닌 자신이 소지한 총기이며, 나와 가족의 안전을 국가에 맡겨두지 않는다는 이러한 논리는 미국 시민의 권리이자 없애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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