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부활절인 12일 오전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신도들이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4.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부활절인 12일 오전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신도들이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4.12

‘코로나19’에 문 닫았던 서울 교회마저도
‘집회금지명령’ 사랑제일교회, 3주째 강행
광주 1451교회 중 521곳, 현장 예배 진행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 방지를 위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12일 한국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개최했던 부활절 예배를 계획대로 진행했다. 온라인 예배로 치른 교회들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던 상당수 교회가 이날만큼은 현장 예배를 강행하겠다며 문을 열었다.

천주교는 제주교구를 제외한 나머지 15개 교구가 온라인으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진행했다. 다만 현장 미사를 진행한 제주교구 소속 성당은 성가 및 성가대 없이 미사를 했으며 당국의 방역수칙에 따라 발열검사와 명단 작성, 마스크 착용 등을 시행했다. 각 교구에서 진행한 미사에는 일부 사제 및 수녀들이 참석했고, 신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미사에서 “미사를 봉헌하지 못하고 성체도 영하지 못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신앙생활을 하시는 신자 및 신부님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긴 어둠의 터널이 언제 끝이 날지 몰라 많이 불안하고 두렵지만, 부활하신 주님은 어둠의 터널을 걸어가야 하는 우리를 곁에서 동행한다. 그분께 우리를 맡기면 두려움을 이기고 희망을 간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상황이 힘들고 엄중해도 작은 희망이라도 보이면 견뎌낼 힘을 얻을 수 있다”며 “고통과 고난의 삶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펴가는 데에 우리 모두 마음과 힘을 합치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국기독교연합(KCA)은 서울 서초구 기쁜소식강남교회에서 ‘2020 한국교회 부활절 온라인 연합예배’를 비대면 방식인 원격으로 진행했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도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2020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를 영상예배로 진행했다. 예배는 교단 총회장과 총무 등 100여명만 참석한 채 진행됐으며 교계 TV, 유튜브, 라디오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대표기도를 맡은 윤재철 목사는 “온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사망의 두려움과 고통이 엄습하고 있는 절망의 시기에 사망 권세 이기시고 부활하신 기쁨과 소망의 소식을 선포하게 하시니 감사를 드린다”며 “전염병의 위협 앞에서 인간의 교만함과 무지함을 깨닫게 하시고, 만물에게 생명과 호흡을 주시는 하나님 앞으로 돌아와 지난날의 잘못을 회개하며 도우심의 은혜를 간구한다”고 기도했다.

한교총은 이날 발표한 부활절 선언문을 통해 “한국교회는 창조주를 떠나 욕망으로 병든 이 땅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며,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복음 통일을 위해 계속 기도할 것”이라면서 “지역사회 속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두려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감싸 안으며, 이웃과 함께 부활의 생명과 소망을 나누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부활절인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신도들이 부활절 예배를 마친 뒤 교회를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0.4.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부활절인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신도들이 부활절 예배를 마친 뒤 교회를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 2020.4.12

개신교 최대 규모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 이영훈 목사)도 온라인으로 부활절 예배를 진행했다. 이날 여의도 예배당에는 신도들 대신 일부 교역자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사는 설교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예배를 통해 고난주간과 이 부활절을 지나가면서 철저히 회개하고 반성하고 돌이켜서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자”며 “말씀이 살아 역사하는 교회, 강력한 기도가 있는 교회, 힘써 복음을 전하는 교회, 사회를 치유하는 교회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주님의 힘으로 축원한다”고 소망했다.

또한 “말씀과 기도와 전도와 예배에 힘쓰지 않으면 믿음이 자라지 못한다”며 “힘써 일하고, 힘써 봉사하고, 힘써 충성해서 큰 상을 받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와 중랑구 서울씨티교회 등은 ‘드라이브 인 워십’ 방식으로 예배를 진행, 교인들은 지정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라디오를 통해 설교를 들었다.

이날 부활절을 기념하기 위해 현장에서 행사를 진행한 곳도 많았다. 광림교회, 금란교회, 연세중앙교회, 영락교회 등 서울시내 주요교회들도 현장에서 부활절을 기념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집회금지명령이 내려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도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이 교회는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중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교회다.

이 교회는 서울시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사랑교회 관계자들과 신도들을 고발한 상태다. 이날도 서울시와 성북구청 직원 등 100여명이 현장에 나와 집회 금지를 알렸으나 이 교회 관계자들과 신도들은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광주시는 이날 현장 점검 결과 지역 내 개신교회 1451곳 중 521곳이 현장 예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전에 조사된 507곳보다 14곳 더 늘은 수치다.

다만 현장 예배를 강행한 교회 중 96%인 500곳은 손 소독제 비치, 거리 유지, 출입자 명단 관리,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을 준수했다고 광주시는 밝혔다.

시는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은 교회에 계고장을 배부하고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회 내 집단 감염이 발생할 경우 폐쇄 등 행정조치는 물론 손해배상 청구도 고려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부활절인 12일 오전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신도들이 예배를 참석하며 부활절 계란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0.4.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부활절인 12일 오전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신도들이 예배를 참석하며 부활절 계란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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