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자들이 코로나19 검진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0.3.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자들이 코로나19 검진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0.3.10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80일이다. 8일 현재 확진자는 1만 384명, 사망자는 200명이다. 사망자 중에는 대구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내과 개원의와 서울 첫 사망자인 구로콜센터 직원의 남편도 있다.

사람이 태어나 많은 이유로 죽음을 접하지만 역병으로 인한 사망은 환자와 가족에게 또다른 재앙이다. 환자는 가족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역병과 사투를 벌이다 홀로 죽음을 맞는다. 유가족 역시 망자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화장을 치르는 참담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역병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역사회와 국가의 문제이기에 유가족도 참혹한 슬픔을 뒤로 하고 역병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 모든 조치에 묵묵히 따른다. 그래서 이런 비극이 자국민에게 도래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엄격하게 해서 역병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3번 환자가 발생한 1월 26일부터 전문가들은 감염원인 중국인 입국금지를 강하게 촉구했다. 3번 환자부터 지역사회 감염도 시작됐다고 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자신감에 불탄 정부는 중국인보다 내국인이 더 감염원이라는 망언까지 하며, 여전히 문 열어둔 채 방역을 하면서 외부의 칭찬에 으쓱해하고 있다.

정부가 역병에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 못 채웠다. 감염원 차단이라는 감염병 예방 제1원칙을 지키지 않은 탓에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을 국민이 감염되고, 희생됐다. 초기부터 감염원을 차단한 이웃나라 대만(확진 376명, 사망 5명), 홍콩(확진 936명, 사망 4명)과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하다. 하지만 ‘정부에’ 불리한 통계는 말하지 않는다.

8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맵 현황. ⓒ천지일보 2020.4.8
8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맵 현황. ⓒ천지일보 2020.4.8

우연인지 운이 좋아서인지 먼 나라 미국, 유럽에서 삽시간에 수십만명의 희생자가 나온 탓에 대한민국은 졸지에 방역모범 국가가 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전 세계 코로나19 영웅이 됐다.

문 열어둔 방역이 선방한 이유는 코로나19와 맞서 첨병역할을 한 의료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료진도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탈진상태에 이르고 있다. 제발 지금이라도 문을 닫아 달라 하소연을 한다. 몸을 아끼지 않았던 의료진 중 수백명은 행정서류작업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두달 동안 임금도 못 받았다니 민망하고 미안할 뿐이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미국과 같은 폭발적 감염이 당장이라도 나타날 수 있는 상태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증가세고,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 확진자도 늘고 있다. 콜센터, 교회, 병원, 관공서에 이어 노량진 학원가와 매일 500여명이 드나드는 유흥업소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은 또다른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여당은 아직 끝나지 않은 방역 결과를 총선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이나 국민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의 고통보다 정치적 이유를 중시하니, 국민과 의료진의 외국인 전면 입국차단 요청을 고집스럽게 외면하는 것 아니겠는가.

코로나19 80일을 논하면서, 사태의 전환점이 된 신천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이 확인 된 이후 정치권과 언론은 신천지 신도들이 마치 코로나를 중국에서 일부러 묻혀와 국내에 퍼뜨리려고 작정한 것처럼 마녀사냥을 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지도자와 언론 때문에 신천지 신도들은 가정폭력, 해고, 이혼 등 수많은 인권피해를 당하면서도 신음 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이 코로나 사태가 속히 종식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부위원회 위원장 등 위촉장 수여식을 한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정부위원회 위원장 등 위촉장 수여식을 한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가 터지고 한 달여 뒤에 당시 문재인 야당 대표는 특별성명을 통해 “메르스 슈퍼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다. 정부의 불통 무능 무책임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했고, 민생경제를 추락시켰다”고 했다.

또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서는 “국민이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정부와 대통령은 국민 곁에 없었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자는 186명, 사망자 38명으로 종식됐다. 지금 코로나19는 종식이 언제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벌써 확진자 1만 384명, 사망자 200명이 됐다. 사망자 숫자만 봐도 당시의 5배가 넘는다.

메르스 때와 비교도 되지 않는 수많은 국민이 역병에 죽고, 가족을 잃은 참담함에 피멍이 들어 울고 있다. 그런데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지도자와 여당은 국민의 목숨을 상대평가하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이래저래 피할 구멍이 생기는 이 정부가 운이 좋은 것인지 국민이 불운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았고, 아무도 내일을 단정할 수 없다. 하늘이 내리는 재난을 인간은 재앙(災殃)이라 부른다. 재앙 앞에 겸손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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