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KIST 소장 법정서 증언
“친구라서 그냥 써준 것”
“‘기간 3주로 해달라’ 전화”
“안 번지는 직인 있나 물어”
동양대 교원인사팀장 증언
정경심 사건 병합 않기로
조국과 함께 법정 출석 확정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자녀 입시를 위해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줬다고 알려진 이광렬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이 “정 교수가 하라는 대로 증명서를 발급해줬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9차 공판을 열었다.
◆前KIST 소장 “정 교수 부탁대로 써 줘”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소장은 교수의 딸 조민씨에게 자신이 발급해준 확인서에 대해 이 전 소장은 “초교 동창인 정 교수가 2011년쯤 ‘딸이 KIST 생물 쪽 실험실에서 연구경험을 쌓고 싶어 한다’고 부탁해 제가 소개해준 건 맞다”면서도 “제가 인턴 확인서를 써준 사실은 지난해 8월 정 교수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소장은 “(조민씨가 인턴십을 한) 2년 뒤인 2013년 3월에 정 교수가 저한테 (활동내용을) 특정해서 부탁을 하는 이메일을 쓴 걸 제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봤다”며 “정 교수가 저한테 부탁을 해서 그냥 써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소장은 공식 확인서를 써 줄 권한이 없다. 해당 권한은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장을 지낸 정병화 교수에게 있었다. 정 센터장은 지난달 18일 정 교수 재판에 역시 증인으로 출석해 KIST 인턴 확인서를 자신이 작성해 준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소장이 대신 작성하라고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소장이 발급해준 확인서 역시 KIST 공식 수료확인서가 아니라고 정 교수는 증언했다.
◆“공식문서 작성 권한은 담당 교수에”
이에 이 전 소장은 “인턴 수료 여부에 대한 공식문서 작성 권한은 담당교수에 있는 것이 맞다”고 시인했다.
조민씨는 2011년 7월 KIST 인턴십에 참여했으나 불과 2~3일 만에 그만둔 것으로 파악됐다. KIST 출입기록에 따르면 조민씨는 2011년 7월 20일~22일에만 출근했다. 그러나 정 교수와 조민씨는 이 경력을 부풀려 2013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조민씨의 인턴 당시 문제점에 대해서도 정 센터장은 지난 법정 증언에서 “너무 잠깐 왔다 간 학생이라 특별한 기억은 없다”고 전제한 뒤 “아무 이유 없이 안 나와서 실험실 직원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직원이 ‘학생이 좀 그렇다, 엎드려서 잠만 자더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더라”며 “그래서 더는 할 말이 없었고, 학생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담당 교수에 인턴 활동 확인도 안 해”
이 전 소장은 정 교수가 부탁한 당시엔 이 같은 정 센터장의 불만이 기억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에게 조민씨의 당시 활동에 대한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소장은 “정 교수가 제 친구이기도 하고 믿을만하다고 생각해 그냥 믿고 써 준 것 같다”고 발언했다.
또 “제가 작성해준 서류는 공식 연수증명서가 아니라 이 학생이 이러한 일을 했다고 소개하는 추천서”라며 “절대 공식적 증명서가 될 수 없는 개인적 서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확인서 수정해도 된다고 한 적 없어”
검찰은 이 전 소장이 보낸 인턴확인서와 조민씨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제출한 확인서를 비교하며 정 교수가 확인서를 임의로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소장의 이름으로 발급된 3장의 인턴확인서에는 ‘2011년 7월 11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주 5일, 8시간 근무, 총 120시간)’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러나 원본에는 ‘2011년 7월 11일부터 3주간 주 40시간씩’이라고 돼 있었다.
아울러 수정본엔 원본에 없는 ‘성실하게’ 같은 표현이 추가됐고, 조민씨의 주민등록번호나 이 전 소장의 사무실·팩스·휴대전화·이메일 등도 기재됐다. 치의과대학 의전원에 제출한 서류는 인턴기간이 다시 수정됐다.
이 전 소장은 “인턴 확인서를 수정하거나 정 교수가 수정할 수 있도록 허락한 적이 없다”며 “정 교수 말을 믿고 (인턴 기간이) 3주라고 써줬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며 자신의 속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KIST를 압수수색하기 이틀 전인 지난해 8월 25일 정 교수가 전화로 ‘자신이 작성한 서류가 있으니 (인턴기간을) 3주 한 것으로 언론 등에 해명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동양대 직원 “총장 직인, 루주 같은 것”
이날 재판에선 박모 동양대 교원인사팀장도 나와 증언했다. 박 팀장은 검찰에 통화녹음파일도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파일에 따르면 정 교수는 지난해 9월 “(총장 직인을) 인터넷으로 이미지를 구해와 엎어서 찍거나, 스캔·포토샵 같은 것으로 할 가능성은 없냐”고 질문했고, 박 팀장은 “컬러 프린트로 나가는 건 절대 없다. 총무복지팀에서 직인관리하는 함에서 도장을 꺼내 찍는다”고 답했다.
이에 정 교수는 “우리가 아는 그 인주가 맞느냐. 집에 수료증이 하나 있는데 그 인주가 번지는지 보려 했더니 안 번진다”고 물었고, 박 팀장은 “루주처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 교수가 표창장을 총장 직인 스캔 파일을 붙이는 식으로 위조했다는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정 교수 측 변호인 “스캔 영장 상장 있다”
그러나 정 교수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 박 팀장은 “졸업장에 대해서는 (디지털 직인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만일 정 교수가 위조했다면 증인에게 번짐 여부를 물어볼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총장 직인 스캔파일이 사용된 영장 상장을 반박 증거로 제출했다.
◆정경심·조국, 나란히 피고인석 선다
한편 이날 재판에선 정 교수 재판을 분리·병합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됐다. 애초 정 교수 측은 배우자인 조 전 장관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합의21부에서 심리 중인 정 교수 관련 부분을 형사합의25-2부가 담당하는 사건과 병합하는 쪽을 선호했으나, 재판부가 정한 시일까지 병합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