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군가의 70% 이상은 엔카로 돼 있어 엔카로 돼 있는 군가를 국악으로 편곡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종로 소재 광화문 아트홀에서 열린 ‘시대를 노래하다-작금昨今의 소리’ 작품에서 변사(辯士) 변 이사장의 모습. (제공: 국방국악문화진흥회)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군가의 70% 이상은 엔카로 돼 있어 엔카로 돼 있는 군가를 국악으로 편곡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종로 소재 광화문 아트홀에서 열린 ‘시대를 노래하다-작금昨今의 소리’ 작품에서 변사(辯士) 변 이사장의 모습. (제공: 국방국악문화진흥회)

국방과 국악의 절묘한 어울림

국악에 민족의 ‘정신·혼’ 담겨

 

군 장병·일반 시민 대상으로

작년 1800회 문화공연 펼쳐

 

군가의 70%는 엔카로 돼 있어

엔카로 된 군가, 국악으로 편곡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국방과 국악,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단어로 국군에 민족혼을 불어넣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가 있다. 지난 2013년 국방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은 비영리 사단법인 국방국악문화진흥회를 이끌고 있는 변상문 이사장이 바로 그다.

본지는 지난 3일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변 이사장의 사무실에서 국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변 이사장은 국군기무사령부에서 2012년 33년간의 군 생활을 마친 예비역 육군 대령 출신이다. 그가 국악에 심취하게 된 것은 2000년 당시 35사단 기무부대장으로 재직하며 우연히 판소리를 접하고 나서다. 전역 이후 동국대 대학원에서 국악을 전공하며 국악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또 전국 팔도를 돌면서 예인들을 만나 국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불태우기도 했다.

변 이사장은 “모든 나라에는 그 나라의 정신이 있다. 그것을 얼이라고도 하고 혼이라고 한다”며 “그런데 그 나라의 정신과 얼, 혼은 그 나라 말이다. 그 나라의 말은 곧 그 나라의 음악이고 소리”라고 말했다. 곧 국악은 우리 민족의 정신과 얼, 혼이 담겨 내려온 전통문화 유산이라는 것이 변 이사장의 설명이다.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군가의 70% 이상은 엔카로 돼 있어 엔카로 돼 있는 군가를 국악으로 편곡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종로 소재 광화문 아트홀에서 열린 ‘시대를 노래하다-작금昨今의 소리’ 작품에서 변사(辯士) 변 이사장의 모습. (제공: 국방국악문화진흥회)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군가의 70% 이상은 엔카로 돼 있어 엔카로 돼 있는 군가를 국악으로 편곡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종로 소재 광화문 아트홀에서 열린 ‘시대를 노래하다-작금昨今의 소리’ 작품에서 변사(辯士) 변 이사장의 모습. (제공: 국방국악문화진흥회)

◆ “문화강군은 국방국악문화진흥회의 꿈”

국방국악문화진흥회는 군 장병들에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알리고자 설립됐다. 주로 군부대에 가서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안보교육 및 문화공연을 펼친다. 일반 시민이나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광화문아트홀과 같은 공연장이나 대학교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변 이사장은 “백범 김구 선생은 문화강국을 말했다. 국가의 버팀목인 군이 먼저 문화강군이 돼야 한다”며 “문화강군은 국방국악문화진흥회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국방국악문화진흥회는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정신, 우리의 음악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해 10~20대 젊은이들에게 작품형 교육자료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들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며 “작년에만 1800여회의 교육공연을 통해 30만명 이상의 청춘과 일반인들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연출과 기획, 작사, 심지어 공연 무대까지 오르고 있다.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 중에도 무대 위 변사(辯士)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편의 안보문화공연을 보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청각, 시각적 효과까지 더하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뇌리에 확 와닿았다.

변 이사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선생님에게 꿀밤을 맞으면서 독후감 쓰는 게 습관이 됐다”며 “역사와 철학 등 전쟁에 관련한 수많은 서적을 읽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변 이사장의 사무실 주변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전쟁 등 시대를 넘나드는 전쟁 관련한 서적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는 “진흥회에서 하는 안보교육은 하나의 ‘작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로 재구성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외국의 사례나 외국의 인물, 외국어 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 역사 속의 인물을 찾아서 작품에 올리는 것도 바쁘다는 것이다.

변 이사장은 “국어기본법 25조에 우리나라 말은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로 돼 있다”며 “이 우리말과 기본을 생활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역사와 근본은 묻히고 없어진다. 우리의 정신마저도 남의 정신으로 바뀌게 된다”고 우려했다.

변 이사장은 이날 ‘천개(天開)’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등 국악으로 만든 군가를 몇 곡을 들려줬다. 국악으로 만든 국가를 처음 접했지만, 흥겹고 경쾌하면서도 멋진 국악의 가락이 의외로 군가와 잘 어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군가의 가사는 100% 변 이사장이 작사한 것이라고 한다. 또 통일 한국을 염원하는 가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변 이사장은 “군가의 70% 이상은 엔카(일본의 대중음악 장르의 하나)로 돼 있어 엔카로 돼 있는 군가를 국악으로 편곡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악 작곡은 황석영 소설가의 아들인 황호준 작곡가와 국내 최정상급 최한이 판소리꾼이 주로 맡고 있다.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3일 서울시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변 이사장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변 이사장은 이날 마스크를 쓴 채 인터뷰에 응했다. ⓒ천지일보 2020.4.8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3일 서울시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변 이사장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변 이사장은 이날 마스크를 쓴 채 인터뷰에 응했다. ⓒ천지일보 2020.4.8

◆ “6.25전쟁 70주년, 다시 공부하면서 4번 울어”

변 이사장과 함께하는 이들은 30여명의 안보 강사진과 37명의 젊은 예능인으로 구성된 ‘군락(軍樂)’이란 이름의 예술단이다.

안보 강사진은 변 이사장이 직접 일대일 시험을 봐서 합격한 자들만 공연 무대에 설 수 있다. 무엇보다 안보 강사진을 선발할 때 국악이 우리 민족의 정신과 얼, 혼이 담겨 있다는 가치에 공감하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고 변 이사장은 강조했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변 이사장은 “지난 2년간 6.25전쟁에 대해 다시 공부했는데 4번 울었다”며 “33년간 군 생활하면서 6.25전쟁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부끄러워 반성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두 번째는 14~16살 너무 어린 생명이 많이 죽어 울었고, 세 번째는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바쳐 이 나라를 지킨 데 대해 감격해서 울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통일이 돼서 만주벌판에서 호곡(號哭)하는 것을 생각하며 울었다고 변 이사장은 말했다.

그가 우리나라 국악으로 전쟁을 소재로 한 공연작품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사명감에서다. 다만 궁극적인 목적에 도달하기 전에 중간 목표가 있다고 변 이사장은 말했다.

만약 일본이 독도를 점령한다면, 북한에 상황이 발생해서 중국군이 압록강을 넘는다면 과연 대한민국은 무엇을 조치할 것인가라는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으로 가기 위한 중간 목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쟁 없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선 전쟁을 방지할 힘을 갖춰야 한다는 정신을 심고자 한다는 것이다.

인해 직원들은 모두 재택근무였고, 변 이사장은 이날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에 혼자였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 “내실을 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줘서 감사하다”며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더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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