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코로나19로 학교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강제적으로 ‘가정교사’가 된 학부모들이 더 힘들어한다. 유튜브에 “홈스쿨링하다 내 무식이 탄로 난다”며 올린 이스라엘 엄마의 영상이 학부모들의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방학 때 잠깐 아이를 보는 것도 힘들어 개학만 기다렸는데, 방학보다 더 긴 휴교 사태가 벌어지니 부모들이 극도의 우울감을 호소한다. 불과 한두 명의 아이를 2개월가량 홈스쿨링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 그토록 크다. 

많은 부모가 “집에서 아이 한 명 가르치는 게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학교의 소중함과 교사의 노력을 충분히 느끼는 시간이었다”라고 고마움을 표한다. 반면에 한 학부모는 청와대 토론방에 ‘중고등 공무원 교사의 임금을 삭감 요청합니다’란 글을 올려 온라인 개학 준비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교사들이 분노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학교에 일하지 않고 월급 받는 집단이 있다”며 교사를 비하하는 글을 올린 나비효과다.

학부모는 청원글에서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민의 어려움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어떤 직장은 무급여에 삭감요구 권고사직을 당하는가 하면 자영업자의 원성들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오직 평탄한 철밥통 직업이 하나 있으니 그들이 나라 밥 먹는 공무원들일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학생들과 생활하지 않아 그 업무량이 급격히 줄어든 공무원들이 있으니 그게 바로 우리 대한민국 교사분들이시지요. 초등학생의 경우는 돌봄 대행 등을 이유로 일을 한다고 하는데 그 역시도 전체 교사가 하는 게 아닙니다. 중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시험을 치르고 들어왔고 그들 주장대로 연봉을 호봉에 따라 나눠 받는다. 방학 때도 연수와 연구를 한다는 식의 그들의 논리를 많이도 봤을 것입니다. 많은 학부모님들이 외치십니다. 공교육 무너졌다고. 개학 후 우리 학부모들이 받은 거라고는 학교 공지와 전체메일 과목당 과제 공지 외 어떤 것이 있습니까. 그들은 출근한다고 당당히 외칩니다. 실제 현실은 돌아가며 나오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가 더 많고 나오고 안 나오고는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학생들과 생활하지 않는 데 따른 업무강도가 현격히 줄었다는 것입니다. 온라인개강 얘기도 나옵니다만. e교육인데 장비와 경험이 전무한 교사에게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시스템과 기존 인프라가 있는데 굳이 그들과 경쟁력이 되지 않은 현직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시간낭비를 할 수 없습니다. 정책을 수립해 주세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반드시 논제화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주장한다.

이 청원 글은 현재까지 6백여명의 추천을 받고 그 100배에 달하는 약 4만 8천여명의 비추천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본인이 해 보지 않은 일은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건 자만이고 무례함이다. 요즘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실에서 1시간만 수업해보면 자기의 일이 가장 쉽다고 느낄 정도로 교사의 역할과 수업이 쉽지 않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와 미성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큰 차이가 난다. 단지 학식이나 지식이 출중하다고 훌륭한 수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교사들은 휴교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교대로 출근하며 온라인 강의 준비와 교재연구, 학습계획서 작성 등 학기 초에 해야 할 일을 재택근무로 하고 있다.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교사들을 이렇게 폄훼하면서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는 건 분란을 조장하려는 악의적인 목적의 저급한 청원이다. 교사가 단순히 수업만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무지가 더 무섭다. 교사는 1시간 수업을 위해 3~4시간 준비를 해야 한다. 수업과 별개로 학생 상담 및 관리, 공문서 처리, 학부모 상담, 학교 행사준비, 진학·진로 지도 등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업무를 한다. 박봉에, 연금마저 삭감된 상태에서 오직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 직업이 교사다. 

자녀의 인성은 부모에게서 나온다. 남을 밟고 자신을 높이려는 인성을 가진 부모를 자녀가 배울까 우려된다. 세상을 밝게 보고 자신을 수양해야 자녀가 본받는다. 공교육에서 배울 게 없다는 확신이 들면 자퇴시켜 홈스쿨링하고 결과를 비교하면 된다. 공교육이 바로 서려면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잘사는 사람을 끌어내려 모두가 못사는 사회=평등한 사회’라는 이상한 논리가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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