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우려하며 하선을 호소하는 서한을 상부에 보냈다가 해임된 브렛 크로지어 전 함장. (출처: 뉴시스)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우려하며 하선을 호소하는 서한을 상부에 보냈다가 해임된 브렛 크로지어 전 함장.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 사태와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토머스 모들리 해군장관 대행이 브렛 크로지어 전 함장에 대해 “멍청하다” “배신” 등 인신공격성 비난을 하면서다.

크로지어 전 함장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승조원의 하선을 요청하는 서한을 국방부에 보냈다가 언론에 유출된 책임을 물어 경질됐다. 경질 조치를 두고 이미 부적절성 논란이 제기돼온 중에 이 같은 비난이 알려지자 민주당이 해임을 요구하는 등 거센 역풍을 맞는 양상이다.

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모들리 대행은 이날 저녁 크로지어 전 함장에 대해 “멍청하다”고 한 연설에 대해 사과했다.

CNN이 입수한 연설 원고에 따르면 모들리 대행은 이날 오전 루스벨트 호 승조원들에게 “(크로지어 전 함장은) 너무 순진하거나 너무 멍청해서 지휘를 할 수 없었다”, “서한을 언론에 의도적으로 유출했다”, “배신이다” 등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모들리 대행은 크로지어 전 함장을 경질한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연설 내용이 공개된 후 미 상‧하원 군사위원회 위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은 그의 사임을 촉구하고 소셜 미디어 등에서도 모들리 대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모들리 대행은 해군에 그의 연설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는 성명을 내고 “분명히 하자면, 나는 크로지어 전 함장이 순진하지도, 멍청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그 반대라고 믿어왔다. 우리는 아주 세심하게 지휘관을 뽑는다. 크로지어 전 함장은 총명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가 순진하거나 멍청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항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 서한을 보냈다고 믿는다”며 “단어 선택으로 혼란을 준 점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말했다.

모들리 대행은 이 전 성명에서는 “나의 마음에서부터 나온 말들”이라며 “유감스럽게도 강조를 위해 사용됐던 비속어를 포함해 내가 한 모든 말을 고수한다. 해군 함정에 복무해온 그 누구라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크로지어 함장은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승조원 5천명에 대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 힘든 상황으로 지원이 절실하다”, “승조원들을 죽일 필요가 없다. 제발 배에서 내리게 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그런데 이 SOS 서한이 바로 다음날 언론에 공개되면서 국방부 고위관리들은 그가 고의로 유출했다고 판단, 해군 규율을 위반했다며 경질 조치를 취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서한은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확실히 유출되지 않았어야 했다”며 모들리 대행을 지지하면서 자신이 이번 사건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 선원 전체 61%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가운데 173명의 선원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해군 관계자는 전했다. 크로지어 전 함장도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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