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이 나들이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0.4.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이 나들이객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0.4.4

최근 수도권 확진자 절반은 해외유입

수도권 대형‧요양병원 확진자 증가세

확진 1만명 속 원인모를 확진자 증가

뉴욕 확진자 1만명→10만명, 8일만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미국과 같은 폭발적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같은 전망을 내놓은 이유는 확진자 1만명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급변점)로 보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급증했던 유럽이나 현재 확진자 33만명을 넘은 미국 역시 1만명이 넘어선 순간부터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의료체계 붕괴 조짐이 나타났다.

코로나19 방역에서 선방 중인 우리나라도 각종 위험요소가 증가하면서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폭발적 감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6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총 1만 284명, 사망자는 186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47명 증가했다. 검역 과정에서 추가 확진된 사례는 7명이다. 해외유입 사례는 지역사회에서도 9명이 확인돼 이날 신규확진자의 34%(16명)를 차지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보이는 폭발적인 지역사회 감염이 우리 사회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의료체계의 붕괴, 사망률 급증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남아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6일 오전 11시 23분 기준 세계 코로나19 현황. (출처: 월드오미터) ⓒ천지일보 2020.4.6
6일 오전 11시 23분 기준 세계 코로나19 현황. (출처: 월드오미터) ⓒ천지일보 2020.4.6

◆해외유입 하루 30~50%… 대만과 비교해보니

6일까지 국내 검역과정에서 누적 310명(3.01%)의 확진자가 발견됐다. 전체 확진자에 비하면 3% 수준이지만, 3월 말부터 검역단계에서 발견되는 확진자 수가 신규 확진자의 30~50%를 차지하고, 이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머문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문 열어둔 방역에 대한 논란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시점부터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초기부터 감염원을 차단했던 중국 인접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왜 감염병 예방 제1원칙이 감염원 차단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한국은 중국 인접국가라는 점에서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홍콩이나 대만과 방역실태를 비교하는 게 타당성있다.

CNN도 1등 방역국가로 꼽은 대만은 지난 2월 6일부터 중국발 입국 전면금지 조치를 내렸다. 대 중국 수출이 전체 30%를 차지하는 대만으로서는 경제희생을 감수한 조치였다. 국가 방역은 존스홉킨스대 방역학 박사인 천젠런 부총통이 지휘했다. 그 결과 4월 6일 오전 2시 기준 코로나19 현황을 보면 대만(인구 2300만)은 확진자 363명, 사망자 5명이다.

미국의 최근 확진자 급증도 중국인 입국 차단이 늦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즈(NYT)는 5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첫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이후 약 43만명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 행정부가 지난 2월 2일부로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한 이후에도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입국자가 약 4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미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이들의 가족에 대해 예외를 뒀기 때문이다.

미국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기 전인 1월에 이미 상당수가 미국으로 입국했고, 여기에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으로부터 입국한 수천 명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염원 차단 원칙을 얼마나 제대로 지켰느냐가 각국의 운명을 가르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어, 국내도 국경 봉쇄 차단 논란이 재점화 될 가능성이 있다.

[천지일보 의정부=신창원 기자]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가운데 1일 오전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이 병원 직원 및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은 1일부터 폐쇄조치에 들어갔다.ⓒ천지일보 2020.4.1출처 : 천지일보
[천지일보 의정부=신창원 기자]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가운데 1일 오전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이 병원 직원 및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은 1일부터 폐쇄조치에 들어갔다.ⓒ천지일보 2020.4.1출처 : 천지일보

◆수도권 병원 감염 급증… 요양병원 30% 수도권에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도 폭발적 감염 우려를 낳은 주 요인이다.

6일 0시 기준으로 수도권 확진자는 1200명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전날 0시 기준으로 확인된 수도권 신규환자 36명 가운데 의료기관 관련 확진자는 ▲서울아산병원 1명 ▲인천의료원 1명 ▲의정부성모병원 5명 등 총 7명이다.

병원에서 확진자 발생은 잠재적으로 집단감염 위험성을 높인다. 입원환자의 경우 병실을 같이 사용한 다른 환자 보호자나 의료진에게 감염시킬 수 있고, 타 의료기관으로 이동하며 병을 퍼트릴 수도 있다.

여기에 수도권 요양병원 확진자 증가도 우려를 낳고 있다. 2019년 6월 기준 국내 요양병원은 총 1339개다. 이 중 서울경기지역에만 약 30%에 달하는 400여개가 몰려 있다. 요양병원 환자들은 지병이 있는 고령환자들로 감염 시 치명적이다. 이런 면에서 요양병원의 선제적 방역체계 수립도 정부가 서둘러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수도권 병원의 확진자 급증은 의료체계 붕괴 위험을 높인다는 면에서 또다른 위험요소다. 지방병원에서 확진자가 늘어날 경우에는 여력이 있는 수도권 병원에서 의료진과 의료장비 지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도권 병원에서 확진자가 늘면, 여력이 없는 지방에서의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빠르게 의료체계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는 의료진의 감염 증가도 위험요소다. 국내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인은 3일 기준 모두 241명이다. 직종별로는 의사 25명, 간호인력 190명, 기타 26명이었다. 중대본은 6일에도 “4~5일 확진환자 중 간호사 2명이 확진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첨병역할을 하는 의료진의 감염 확산은 의료진의 업무피로도 증가와 업무공백으로 이어져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면에서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달 26일 백경란 감염학회장은 관련 대책으로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금지 해달라. 일부러 치료받으러 한국에 온다”면서 “우리 국민 치료도 힘들다. 의료진이 지쳤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탈리아에서 급속히 확산 중인 가운데 이탈리아 내 교민들이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귀국한 교민들은 공항에서 특별검역절차를 마친 뒤 충남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원으로 이동하게 된다. ⓒ천지일보 2020.4.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탈리아에서 급속히 확산 중인 가운데 이탈리아 내 교민들이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귀국한 교민들은 공항에서 특별검역절차를 마친 뒤 충남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원으로 이동하게 된다. ⓒ천지일보 2020.4.2

◆확진자 1만명 속 원인모를 확진자 5~10%

김강립 총괄조정관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확진자도 5~10%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지역사회 내에 방역당국이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감염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원인모를 확진자의 증가는 지역사회 감염을 암시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의료기관 감염 등 현재 수도권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감염 사례들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 확진자 발생 그래프가 계속 우상향하고 있는데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쯤 되면 (그래프 증가 폭이) 폭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확진자가 1만명을 넘었다는 것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급변점)를 암시하고 있다. 확진자 1만명은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받은 사람이 1만명이란 뜻이다. 즉 국내 전체 코로나19 감염자가 1만명이란 의미가 아니다. 아직 확인받지 않은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폭발적 감염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은 1월 21일(현지시간) 첫 확진자 발생이후 3월 19일 1만 3779명으로 확진자 1만명이 넘기까지 약 두 달이 걸렸지만 1만명이 10만 4126명이 되는 데는 겨우 8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후 4일 뒤인 4월 1일 20만 돌파 3일 뒤인 4월 4일에 30만명을 돌파했다.

잠재적 급증 우려 속 최근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로감이 높아진 시민들이 봄철을 맞아 밖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도 폭발적 감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헬스장과 유흥업소, 학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과 종교시설들이 임대료 압박 등을 이유로 문을 여는 곳이 늘고 있다. 오프라인 개학도 곧 현실화 될 조짐이어서 현재와 같은 코로나19 안정세는 더욱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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