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출처: 뉴시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출처: 뉴시스)

질본 “세포 수준에서의 효과”

“연구단계 제언, 적용 ‘무리’”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미국 식품의약청의 승인을 받은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를 48시간 내 죽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과 관련해 방역당국이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6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구충제 이버멕틴과 관련해 “약제에 대한 연구단계의 제언이지 임상에 검증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 유효성이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호주 모니쉬(Monash)대학 생의학발견연구소(Biomedicine Discovery Institute)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세포 배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버멕틴에 노출되자 48시간 안에 모든 유전물질이 소멸됐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왜그스태프 박사는 이버멕틴을 단 한 번 투여한 용량에도 48시간이 지나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 전부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버멕틴을 복용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정 본부장은 사람에게 투여해 효과를 검증한 게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정확한 용량,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굉장히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차장은 “일반적으로 구충제의 경우 흡수율이 낮기에 치료제로 개발되려면 임상시험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선 이버멕틴 성분이 함유된 구충제는 허가돼 있지 않고, 1개 품목에 대해서만 수출용으로 허가돼 있다. 또 국내에선 구충제 이버멕틴 성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겠다며 임상시험을 신청하거나 개발 상담을 요청한 경우도 없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학대학 교수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터뷰를 통해 구충제 이버멕틴 실험 내용을 언급하며 “이는 세포 배양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으로 사람에게 적용된 것이 아니다”라며 “환자에게 직접 투여하는 임상 실험을 통해서 이버멕틴의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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