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채고, 웃돈에 행선지 바꾸고… 세계는 지금 ‘마스크 전쟁’
가로채고, 웃돈에 행선지 바꾸고… 세계는 지금 ‘마스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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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걷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과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마스크과 장갑 등 의료물품에 대한 세계적인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동맹(우방)국들 사이에서도 막후에서 웃돈을 제시하는가 하면, 다른 나라의 물품을 몰래 가로채고 정보기관까지 동원하며 말 그대로 물품을 구하기 위한 ‘세계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특히 얼마 전까지 마스크 사용을 제한했던 서방 국가들이 정부 방침을 ‘보편적 마스크 사용’으로 바꾸면서 악화, 전통적 동맹 관계까지 흔드는 양상이다. 미국과 유럽 등이 마스크를 구하려는 나라는 한때 그들이 비웃었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마스크 전쟁을 촉발하다’는 제목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서방국가들 사이의 마스크 막후 쟁탈전을 전했다.

프랑스와 독일, 캐나다 등은 이들 나라가 수입 중인 마스크를 미국 정부가 중간에서 ‘빼돌렸다’고 비난했고 이 가운데 ‘현대판 해적질’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날 독일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 시정부가 3M 중국 공장에서 주문한 마스크 약 20만장이 태국 방콕 공항에서 압류돼 행선지를 바꿔 미국으로 향했다. 베를린 시정부의 안드레아스 가이젤 내무장관은 이에 대해 “현대판 해적질”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독일의 한 언론에 따르면 3M은 “베를린으로 가던 3M 제품이 압류됐다는 증거가 없다”면서도 베를린 경찰을 위해 중국에서 마스크를 주문했는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전시동원법을 발령해 자국 마스크 제조업체인 3M에 대해 마스크를 해외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에 대해 “수천명의 간호사들이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일하기 위해 매일 국경을 넘는다”며 “의료장비를 포함해 필수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량을 줄이거나 장애물을 만드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미국에 경고했다.

코로나19 지구촌. ⓒ천지일보DB
코로나19 지구촌. ⓒ천지일보DB

전날에는 프랑스 공영 AFP통신이 정부가 물량을 비축해두는 것에서부터 마스크를 대거 실은 비행기가 이륙 직전 최고금액을 제시한 나라로 목적지를 바꾸는 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페어플레이’의 정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일드프랑스 지방의 발레리 페크레스 광역의회 의장은 미리 주문해 인도를 기다리던 마스크가 마지막 순간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미국인들에게 빼앗겼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그는 “미국인들이 막후에서 현금을 제시해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업자들의 구미에 맞게 행동했다”고 비난했다. 일드프랑스 지방은 프랑스에서도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곳이다.

최근 중국의 공항에서 마스크를 받아 프랑스를 향해 출발하려던 화물기 한 대도 이륙 직전 미국 측으로부터 높은 가격을 제안받고 목적지를 변경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도 다른 나라가 주문한 물량을 중간에 가로챘다는 보도도 나왔다. 프랑스 주간 렉스프레스는 최근 프랑스 정부가 스웨덴의 한 업체에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고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미리 주문한 물량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이에 스웨덴 정부까지 프랑스 정부에 신사적 행동을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웨덴 외무부는 AFP통신에 보낸 입장문에서 “우리는 프랑스가 의료용품의 징발을 즉각 중단하고 원활한 유통과 공급망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에 나서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런 위기의 시기에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안드레이 모토비로베츠 의원은 최근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하려고 중국에 갔다가 다른 나라들과 입찰 경쟁을 벌였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그는 “우리 영사들이 마스크를 구하려고 중국의 공장에 갔더니 우리가 주문한 물량을 가져가려고 하는 다른 나라(러시아, 미국, 프랑스) 사람들이 와 있었다”면서 “우리가 선금을 보내고 주문계약까지 했는데도 그들은 현금으로 더 높은 금액을 불렀다. 결국 주문한 물량을 확보하려고 싸워야 했다”고 전했다.

마스크 전쟁에는 정보기관까지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지난달 보도에서 이스라엘의 첩보기관 모사드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대량으로 확보하기 위해 투입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마스크. ⓒ천지일보DB
코로나19 마스크.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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