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윤후명(1946 ~ ) 

늘 하염없이 걸어오던 그 들길에서
풀꽃인 엉겅퀴의 가시를 보고 배웠네.
하염없이 걷는다는 건
엉겅퀴는 가시로 사랑을 말한다는 것

 

[시평]

왜 하염없이 그 들길을 걸어가는 걸까. 왜 하염없이 걸어야만 하는가. 아무러한 생각 없이, 아니 어떠한 생각을 지우려고, 아니면 어떠한 생각에 빠져서 그렇게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 것은 아닌가. 이렇듯 걷다가 보니, 문득 눈에 띄는 엉겅퀴. 자주색을 띤 분홍색의 꽃을 피우는, 세상의 들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식물. 잎에는 볼품사나운 가시를 달고 있어, 비록 꽃을 피웠어도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는 식물.

문득 저 엉겅퀴는 바로 저 가시로, 상대를 찌르려는 듯이 곤두세우고 있는 저 가시로 자신의 어쩌지 못하는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사랑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기에, 꼭 아름다운 모습만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저 뾰족뾰족한 가시 역시 사랑의 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참으로 사랑이 얼마나 절실했으면 저렇듯 뾰족뾰족한 가시로 돋아날까’ 하고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그래서 하염없이 걷는다는 것, 하염없이 걷고 걷다가 문득 풀꽃 하나 만나 바라다본다는 것. 그리고는 이내 저 하찮은 풀꽃 하나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픔이나 슬픔, 또는 간절한 사랑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렇다. 비록 볼품사나운 가시이지만, 그 역시 간절한 자신의 내밀한 표현임을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된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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