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핫스폿인 뉴욕에서 장의사와 병원 직원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
1일(현지시간)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핫스폿인 뉴욕에서 장의사와 병원 직원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

사망자도 8천명 넘겨… 세계 1/4

트럼프 “다음주 가장 힘든 시기”

이제야 “마스크 사용해야” 권고

의료 물자 부족… 의료진 시위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30만명을 넘어섰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5일 오후 1시 30분(한국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31만 2146명으로 집계했다. 지난달 19일 1만명을 돌파한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16일 만에 30배로 폭증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 수는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120만 3099명)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사망자 수도 8454명으로 증가해 8천명 선을 넘었다.

미국 내 코로나19 최대 확산 지역인 뉴욕주에서는 하루 새 환자가 1만 841명 늘어나며 총 감염자가 11만 3704명이 됐다. 사망자도 3565명으로 늘었다. 뉴욕주 다음으로 환자 수가 많은 뉴저지주에서는 846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며 총 감염자가 3만 4124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841명에 달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뉴저지주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진 사람이 2001년 9.11 테러 당시 희생된 사람보다 100명 더 많아졌다며 “이 팬데믹은 우리 주 역사에 최대 비극 중 하나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더 힘든 시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마도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며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현 상황을 ‘전쟁’에 거듭 비유하면서 사망자 발생 전망과 관련해 1~2차 세계대전 사망자 수에 비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불행하게도 매우 치명적인 시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매우 참혹한 시기에 다가가고 있다”며 “나는 우리가 이러한 종류와 같은 (사망자) 숫자를 일찍이 보지 못했다고 진짜 믿는다. 아마도 세계대전, 1차 세계대전 또는 2차 세계대전 기간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추정치 제시 없이 코로나19와 과거 세계대전을 비교했으나, 특유의 화법을 고려할 때 현재 심각한 상황을 드러내기 위해 세계대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국민에게도 이를 알리고 있으나, 초기 대응 부실과 의료 물자 부족에 대한 비판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전 국민에게 마스크 등 안면 가리개 착용을 권고한 것은 지난 3일(현지시간)으로 이미 환자 수가 30만명에 달했을 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지침을 발표할 때에도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른 나라)대통령, 총리, 독재자, 왕, 여왕을 맞이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지침마저도 막판까지 적용 대상 등을 둘러싸고 백악관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행정부 내부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공공장소 내 마스크 착용을 보편적 권고사항으로 할지 아니면 코로나19 전파가 심한 지역에 국한할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백악관 당국자들은 모든 보편적 마스크 착용 권고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여왔는데, 이는 불필요할 뿐 아니라 패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CDC 전문가를 포함한 연방 보건 당국자들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서 결론적으로는 보편적 마스크 착용이 권고된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비영리 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이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위해 세운 임시 병원에서 이 단체 회원들이 개원 준비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비영리 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이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용을 위해 세운 임시 병원에서 이 단체 회원들이 개원 준비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의료물자 부족 문제도 좀처럼 해결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브루클린의 뉴욕주립대 다운스테이트 의료센터는 의료진들이 수술용 가운이 하루 반 물량밖에 남지 않았다며 대신 우비와 쓰레기봉투를 써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 중환자돌봄 간호사협회(AACN)는 연방정부와 공공부문에게 간호사들의 충분한 개인보호 장비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3일 발표했다. 성명은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개인보호장비(PPE)의 공급 부족과 인공호흡기 등 필수장비의 부족으로 인해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을 잃게 될 것이며 사망률도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ACN 이사회의 메건 브런슨 회장은 “간호사와 의료진들에게 필요한 PPE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전체 의료 시스템이 붕괴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연방 정부가 PPE 생산을 확대하고 기업들도 여분의 PPE 목록을 병원과 의료기관에 제공하며 생산업자들도 당장에 보호장비와 의료품 명세서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간호사 노조인 전국간호사연합(NNU)의 주도로 “간호사들을 보호하라”며 의료장비를 부족에 항의하는 의료인들의 시위도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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