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오른쪽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다. (출처: 뉴시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4일(현지시간) 키신저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세계는 그 이전과는 전혀 같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바이러스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계획하는 시급한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키신저는 미국 외교의 거두로 통하며, 2차 세계대전 당시 ‘벌지 대전투’에 참전했다.

그는 “팬데믹의 초현실적인 상황은 벌지 전투에서 느꼈던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1944년 말이 아닌 지금 특정 개인을 겨냥한 게 아닌, 무작위적이고 파괴적인 공격의 느낌이 있다”며 “근본적인 차이는 당시 미국이 궁극적인 목표 하에 강한 인내심을 발휘했다면, 지금은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정부가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번영은 국가기관이 재난을 예측하고 충격을 막고 안정을 복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며 “팬데믹이 끝나는 시점에, 수많은 국가 기관들은 실패한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각국 지도자들은 이번 위기를 국가 단위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정작 바이러스는 국경을 인식하지 않는다”며 “희망하건대 보건 위기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정치·경제의 격변은 세대에 걸쳐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자유세계의 질서’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글로벌 무역과 자유로운 이동을 기반으로 번영하는 시대에서, 시대착오적인 ‘성곽 시대’ 사고가 되살아날 수 있다”며 “전 세계 민주 세계는 계몽주의 가치들을 유지하고 수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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