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안산=신창원 기자] 세월호 참사 6주기를 10여 일 앞둔 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찾은 한 시민이 고인이 된 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 기억교실은 단원고에 있던 2학년 학생들과 선생님의 교실과 교무실을 공간 기록으로서 보존한 공간이다. ⓒ천지일보 2020.4.4
[천지일보 안산=신창원 기자] 세월호 참사 6주기를 10여일 앞둔 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찾은 한 시민이 고인이 된 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 기억교실은 단원고에 있던 2학년 학생들과 선생님의 교실과 교무실을 공간 기록으로서 보존한 공간이다. ⓒ천지일보 2020.4.4

‘단원고4.16기억교실’ 6년 전 세월호참사 당시 모습 그대로
故 김혜선양 어머니 “먼 훗날 만나면 꼭 알아봐 주길...”
“2년 전 하루 20여 추모객 방문, 최근에는 3~4명뿐” 
18일까지 ‘추모의 달’ 문화재 등 추모행사
‘6주기 기억문화제’ ‘진도 해역 참배’ 코로나19 고려 제한된 인원만
‘성역 없는 수사와 피해자 모독 방지 대책 마련 촉구’

[천지일보 안산=신창원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에 멈춘 달력. 각자 책상에 놓여있는 밝고 앳된 18세 고교 2학년 학생들의 사진. 친구들과 유가족이 6년 전을 기억하며 남긴 글. 학생들의 장래희망이 담겨있는 내용. 학교에서 집에 보냈던 가정통신문. ‘단원고4.16기억교실’은 세월호 참사 당시인 6년 전 2014년 4월 16일에 정지돼 있었다.  

“너무 너무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친구들과 같이 (하늘나라에) 있으니까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거라…. 먼 훗날 엄마 만나면 늙었다고 못 알아보지 말고 꼭 알아봐 주길 바라….”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4.16기억교실’ 2학년 9반 교실에서 만난 고(故) 김혜선 양 어머니 성시경(57)씨는 하늘나라에 있는 딸에게 이같이 말하며 눈시울을 글썽이며 흐느꼈다. 성씨의 딸 혜선양은 6년 전 세월호 참사로 18세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단원고등학교 2학년 9반 재학생이었다. 

“사고 전날인 15일 저녁 6시쯤 세월호에 승선한 딸과 마지막 통화를 했어요. 배에서 밖을 내다봤는데 안개가 많아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그 시간까지도 (안개 때문에) 세월호 출항 확정이 나지 않았다면서요.” 6년이 지났지만 성씨는 딸과의 마지막 통화 내용을 생생히 기억했다. 딸과의 마지막 통화 당시까지도 앞으로 닥쳐올 끔찍한 참사를 예상하지는 못했다.

이날 기억교실 혜선양의 책상 위에는 수학여행을 떠난 날인 15일 오전 교실에서 찍었던 사진이 놓여있었다. 벚꽃이 만개한 교정에서 찍은 사진에도 혜선양 얼굴은 밝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사진 속 아이의 모습이 밝아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천지일보 안산=신창원 기자] 세월호 참사 6주기를 10여 일 앞둔 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故 김혜선 양의 어머니 성시경(57)씨가 딸의 책상 앞에서 '혜선아 사랑해'라고 적힌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천지일보 2020.4.4
[천지일보 안산=신창원 기자] 세월호 참사 6주기를 10여일 앞둔 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고(故) 김혜선양의 어머니 성시경(57)씨가 딸의 책상 앞에서 ‘혜선아 사랑해’라고 적힌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천지일보 2020.4.4

“조선공이 꿈이었던 아이였기에 세월호의 구석구석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는 모습이 선명해요. 세월호에 탑승한 딸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중학생이던 혜선이는 3년 터울 언니의 학교인 단원고에 진학하길 원했다. 집과 학교의 교통편도 좋았고 더욱 언니가 다녔던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고교 재학시절 대학생활을 동경했다. 처음 가졌던 꿈은 시각디자이너였지만 가정형편으로 조선공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혜선양은 평소 조선소 견학을 가고 싶어했다. 일지감치 부산의 해양대학교에 진로를 결정할 만큼 조선공에 대한 꿈이 확실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딸 혜선아! 꽃보다 예쁜 네가 있는 곳은 언제나 엄마 품처럼 따뜻하길…. 안전한 나라에서 다시만나 오래토록 행복하게 살자! 보고싶다….’

혜선양의 책상 위 어머니가 손수 작성한 딸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도 가슴시리게 만들었다. 

지난 4일은 세월호 참사 6주기를 10여일 남겨둔 주말이었다. 오후 3시쯤 방명록 기록에는 단 한 명만이 ‘단원고4.16기억교실’을 찾았을 뿐이었다.

기억교실 관리인은 “작년까지만해도 하루 20여명이 찾았지만 올해에는 하루 서너명 밖에 방문하는 사람이 없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4.15총선 분위기로 세월호 6주기를 코 앞에 둔 시점이지만 그 날의 아픔을 기억하는 관심은 예전만 같지 않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지난달 23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6주기를 맞아 ‘추모의 달’을 선포하고, 문화제 등 추모 행사를 이어갔다.

이들은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향한 피해 가족과 시민들의 의지를 모아 3월 23일부터 4월 18일까지를 추모의 달로 선포했다.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연대하기 위해서다.

이달 11일은 ‘4.16세월호참사 6주기 기억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13일에는 진도 해역에서 참배를 이어간다. 코로나19 우려를 고려해 제한된 인원만 참석하고, 행사 규모도 축소할 계획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성역 없는 검찰 수사와 피해자 모독을 방지하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 특별수사단의 수사가 상반기 전후로 해경 지휘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일부 책임자에 한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충분한 조사기간을 확보해 성역 없이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천지일보 안산=신창원 기자] 세월호 참사 6주기를 10여 일 앞둔 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찾은 한 시민이 달력을 가리키며 고인이 된 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 기억교실은 단원고에 있던 2학년 학생들과 선생님의 교실과 교무실을 공간 기록으로서 보존한 공간이다. ⓒ천지일보 2020.4.4
[천지일보 안산=신창원 기자] 세월호 참사 6주기를 10여일 앞둔 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찾은 한 시민이 달력을 가리키며 고인이 된 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 기억교실은 단원고에 있던 2학년 학생들과 선생님의 교실과 교무실을 공간 기록으로서 보존한 공간이다. ⓒ천지일보 20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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