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면 천지일보 편집인.

대재앙으로 엄습해 인류의 모든 생각과 일상과 기능을 마비시키며 멈춰 세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매우 궁금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코로나(Corona)’라는 이름은 인류 문명이 시작되면서부터 함께해온 친숙한 단어다.

예부터 국내는 물론 세계 유명브랜드에는 어김없이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유명 호텔·백화점·자동차·맥주 등이 그 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 자동차 회사인 ‘새나라 자동차’ 이후, 오늘날 한국 GM의 전신인 ‘신진자동차’가 탄생해 1960년대 ‘코로나’라는 자동차를 출시해 국내 자동차 대 유행을 가져왔었다.

뿐만이 아니다. 이 코로나는 요즘 미스코리아·미스터트롯·미스트롯 등 각종 경연대회에서 우승자가 쓰는 화관(花冠)의 이름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경연참여자들의 희망이며 전부이기도 하며, 이는 모든 나라가 일반이다. 사실 이 ‘코로나’라는 단어는 승리한 자며 이긴 자를 상징하는 인류의 보편적 용어로 자리매김해 온지 오래다. 

다시 정리하면 코로나의 원 뜻은 라틴어로 ‘왕관(王冠)’ 또는 ‘면류관(冕旒冠)’이며, 온갖 고난과 고초를 이겨낸 최후 승리자가 쓰는 최고의 영예를 나타내는 화려한 ‘화관’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늘 습관처럼 받아들이고 살아왔지만, 이 코로나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늘 친숙한 단어로 함께해 왔었음을 재발견할 수 있으며, 또 언젠가는 코로나19라는 질병으로 다시 찾아갈 테니 준비하고 있으라는 경고였는지도 모른다. 물론 코로나19의 병원체 모양이 왕관모양인데서 그 이름이 비롯됐음은 당연하다.

이제와 보니 코로나의 경고를 깨닫지 못하고 시집가고 장가가며 오만과 교만의 극치를 보였던 노아 때의 교훈을 상기시키고 있지나 않을까.

인류의 왕이며 만왕의 왕의 신분이지만 인류의 죄를 대신 지고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천하고 낮은 곳으로 와서 마땅히 영광의 면류관을 써야 하지만, 먼저 면류관 대신 조롱과 희롱의 상징인 ‘가시 면류관’을 써야 했고, 결국 사망권세와 세상을 이기고 승리함으로 영광의 면류관을 쓰신 예수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오늘날도 이 코로나는 왕관이며 면류관이 분명하지만, 먼저 고난과 조롱의 상징인 코로나19라는 가시면류관을 쓰고 온갖 고난과 핍박과 조롱을 이김으로 진정한 코로나 즉, 영광의 면류관을 쓸 수 있음을 깨닫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코로나사태로 얻는 교훈은 역설이며 반전이며 기적이며 승리라 해도 무방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또 다른 역설이 있다. 예고도 없이 급습한 코로나19라는 질병은 블랙홀이 돼 순식간에 지구촌의 일상과 모든 현상을 빨아들이고 바꿔버렸다. 개인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휴교, 휴강, 종교모임, 공장의 가동까지 멈춰 세웠다. 세계는 국가 간 차단을 넘어 봉쇄가 당연한 조치가 됐다. 더 이상 지구촌(村)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인간이 인위적 물리적인 그 어떤 힘과 능력과 방법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을 코로나19라는 질병은 해낸 것이다. 이로보아 하늘이 내린 재앙이 분명하고, 당하는 인간에겐 두려움과 겸손과 진실과 회개가 요구되는 이유다.

인간이 멈추고 인류의 이동이 멈춰 선 것이다. 이로써 인간이 앞만 보고 분주히 움직이며 문명을 일으키며 달려온 기차의 거대한 바퀴를 하늘은 큰 굉음과 함께 강제로 멈춰 세운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인류는 아니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책임전가하고 이전투구하고 멸시하고 증오하고 있다. 이 코로나19 재앙이 하늘이 내린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와 인류의 생각과 말과 행동과 깨달음의 여하에 따라 하늘은 진노를 멈춰 세울 수도 있다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세계대유행은 풍문과 같은 또 다른 성질의 바이러스와 함께 동시에 온 지구촌에 창궐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왜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불교 가르침에는 묵언수행(黙言修行)이 있다. 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하는 참선을 뜻하며, 말을 함으로 짓는 온갖 죄업을 짓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방법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현상 때문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입에 재갈을 먹여 온 몸을 어거(馭車)하는 것과 같이 재갈대신 마스크를 씌워 ‘이현령비현령’된 온갖 거짓된 풍문까지 막기 위함이다.

이 두 가지의 바이러스를 동시에 잡을 때 눈에 보이는 하늘도 보이지 않는 진정한 하늘도 맑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하늘이 내린 재앙은 인간을 멈추며 대기 질까지 개선시킴으로 하늘이 깨끗해졌다. 육신을 죽이는 바이러스를 잡고, 생각과 정신을 죽이는 바이러스까지 잡을 때 인류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으로 회복될 것이며 지금이 그 때임을 깨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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