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의 코퍼스 크리스티 메디컬 센터에서 마스크가 아닌 두건으로 코와 입을 가린 이곳 간호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턱없는 개인 보호장비(PPE)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의 개인 보호장비가 거의 고갈 상태임을 시인했다. (출처: 뉴시스)
1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의 코퍼스 크리스티 메디컬 센터에서 마스크가 아닌 두건으로 코와 입을 가린 이곳 간호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턱없는 개인 보호장비(PPE)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의 개인 보호장비가 거의 고갈 상태임을 시인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나는 준비됐지만,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돕는 게 저의 의무입니다.”

필리핀 간호사 에이프릴 아브리아스는 매일 6마일을 걸어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북쪽 시골 지역에서 30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을 살핀다. 29세의 이 산파는 수술용 마스크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그는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면마스크’를 착용했다.

코로나19이 확산하는 세계 곳곳에서 의료진들이 의료장비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에 항의하는 시위도 확산하고 있다.

의료장비 부족 현상이 심각한 필리핀에서는 이미 코로나19의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17명의 의료진이 숨졌으며 600명 이상이 자가격리 중이라고 CNN 필리핀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장갑, 의료용 마스크, 고글 또는 안면보호대, 전신 가운을 착용해야 한다.

한때 필리핀 보건부장관을 지낸 심장병 전문의 겸 임상약리학자인 에스페란자 카브랄은 “의사들과 다른 의료 종사자들은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개인 보호 장비가 매우 부족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부의 글로리아 발보아 박사는 “불행히도 필리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개인보호장비와 같은 필요한 물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국 NBC와 CBS 방송에 따르면 미국 간호사 노조인 전국간호사연합(NNU)의 주도로6개 주(州) 15개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이날 개인보호장비 지급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국 최대 병원 체인이니 ‘HCA 헬스케어’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NNU는 보도자료에서 HCA 소속 간호사들이 보호장비 없이 일하는 수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마스크 재사용 지시뿐만 아니라 환자가 마스크를 쓴 간호사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려왔다고 폭로했다.

NNU는 “간호사들이 코로나19에 전염되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며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병원 기업인 HCA가 간호사의 건강과 안전을 무시하는 것은 부끄럽고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주와 금주 초에도 뉴욕과 조지아, 일리노이 등 주요 도시의 간호사들은 의료물자 부족 사태 해결을 요구했다.

중남미에서도 의료진들이 극심한 장비 부족과 열악한 처우를 호소하고 있다.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 등에 따르면 전날 멕시코 5개 주 이상에서 공립 의료기관의 의사와 간호사 등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의료장비와 보호장비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의료인들은 보호복이나 마스크 등 장비 없이는 더는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일을 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심지어 콜롬비아에서는 의료 장비 지원은커녕 보수조차 지급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선 전날 의사와 간호사, 구급요원 등이 구급차를 끌고 거리에 나와 임금 체불 등 열악한 처우에 항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간호조무사인 세이디 프랑코는 현지 카라콜라디오에 “우리의 임무는 다른 이들은 돕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누가 도와주는가?”라며 “배고픈 영웅은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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