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천지일보 2020.3.6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천지일보DB

이인철의 경제분석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변동성 큰 주식시장 속에 2030세대 적극 매수 가담
외국인 셀코리아 멈춰야 의미 있는 반등 기대

-핵심요약-

◆2030세대 저가매수 적극 나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 속에서도 2030 젊은 세대들이 저가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위기국면에서 시간이 지나면 주가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학습효과 때문이다. 그간 늘 당해왔던 개인투자자들이 모처럼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시 바닥 논하기는 아직

내수가 최악인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증시가 미래 기대감을 선반영한다고 하지만 불확실성이 짙어진 글로벌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아직 증시 바닥을 논하기는 일러 보인다.

◆‘존버’ 가능 여부에 성패

코로나의 흔적을 지우고 인적 물적 교류를 정상화시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팔지 않고 오래 버티는 ‘존버’가 가능한지가 동학개미운동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권가에선 조선시대 민초들이 뭉쳐서 외세에 저항했던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쏟아낸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가담하면서 한국증시를 방어하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이들 동학개미운동의 주체는 20~30대 젊은 세대로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증시 격언에도 불구하고 급락장 속에 저가 매수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특히 2030대 사이에선 국내 대표기업 삼성전자 투자 붐이 일고 있다. 일부는 빚(신용융자)을 내서 삼성전자를 사는 이들도 있어서 2년 전 가상화폐 비트코인 광풍을 재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무모한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젊은이들의 높아진 정보력을 이용해 우량주를 집중 매수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올 들어 220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가 1500선 아래로 수직낙하 했다가 최근 1700선 내외로 반등을 주도한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힘이다. 그동안 주식시장을 외면했던 젊은이들이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과거 위기국면에서 시간이 지나면 주가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학습효과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코스피가 바닥을 찍은 이후 빠른 속도로 반등했던 경험이 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대기성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있는 점도 증시로 자금 유입이 늘고 있는 이유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늘 당해왔던 개인투자자들이 모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식 개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외국인 ‘셀 코리아(Sell Korea)’ vs 개인 ‘바이 코리아(Buy Korea)’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이후 최근 두 달여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원가량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매도 금액으로 최단기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이 물량을 모두 순매수하면서 힘겹게 한국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양상이다. 3월 한 달간 장중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가 총 15번 발생할 정도로 역대급 롤러코스트 장세에서 개인투자자들은 11조원 넘는 사상 최대 베팅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2~26일)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상위 5개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LG화학과 삼성SDI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의 매도 상위 5개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차와 삼성SDI 순이었다. 공교롭게도 외국인이 판 종목 모두를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매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매입 규모는 9조 1100억원으로, 전체 유가증권시장 매입금액의 45%에 달한다.

그동안 시장 흐름과 반대 행보를 보였던 개인투자자들이 이번 폭락장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시장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개인 투자자의 추가 매수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식시장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판 뒤 찾지 않거나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말 27조원에 불과했지만 3월 26일 기준 45조원을 훌쩍 뛰어 넘어 역대최대 규모다. 주식거래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0조원에 육박해 연일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개인들의 신규 주식계좌 개설이 폭증하고 있는데 신규 증권 계좌의 60% 이상이 20·30세대로 추산된다.

◆“위기는 반복된다” vs “이번엔 다르다”

과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위기와 2008년 미국 리만브라더스 금융위기의 공통점은 금융회사 신용의 문제였다. 세계 각국이 공조를 통해 금리를 낮추고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금융회사의 신용경색 문제를 이겨냈다. 현재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병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동시에 강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예전처럼 돈 풀고 금리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잡혀야 끝나는 상황이다. 앞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각각 26~27개국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감염병에 불과했다. 국가 간 이동을 제한하거나 교역이 중단되지 않았다. 당시도 증시 충격은 있었지만 회복 속도는 빨랐다. 보통 이르면 3주에서 두 달 정도 지나면 증시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3월 31일 기준 전 세계 205개 국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과 한국 정도만 진정 국면일 뿐 유럽과 미국은 지역사회 감염이 절정에 달한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의 3월 셋째 주 주간 실업급여신청자수는 일주일 만에 328만명으로 치솟았다. 1930년 대공황이후 최악의 실업대란이다.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발빠르게 정책적 대응에 나서면서 증시가 단기간 내 반등하고 있지만 실물 경제지표는 여전히 악화일로에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은 상존해 있는 상황이다. 내수가 최악인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증시가 미래 기대감을 선반영한다고 하지만 불확실성이 짙어진 글로벌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아직 증시 바닥을 논하기는 일러 보인다.

채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현재까지 마이너스 수익률, 동학개미운동이 최종 승리하려면

현재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삼성증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3월 27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7조 6535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평균 매수 단가는 5만 2407원으로 추정된다. 27일 종가 4만 8300원이다. 분할매수 효과 덕분에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8.5% 더 오르면 수익 구간에 진입한다. 현재 추세를 고려하면,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모처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이런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반대매매 규모가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3월 들어 12일까지 하루 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137억원으로 지난 2009년 5월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쉽게도 필자는 빚을 내서 주식 투자해서 성공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백전백패다. 증시 바닥은 지나봐야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적어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셀코리아가 멈춰야 의미 있는 반등이 나올 수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확실하게 잦아들기 전까지 외국인 투매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 조정다운 조정 받지 않고 올랐던 미국증시도 변수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실업률이 치솟고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증시가 나홀로 상승세를 지속할지 의문이다. 극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의 흔적을 지우고 인적 물적 교류를 정상화시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존버(팔지 않고 오래 버틴다는 의미의 속어)’가 가능한지가 동학개미운동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사이드카

선물가격이 5% 이상 급등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5분간 프로그램 매매를 정지시키는 제도

◆서킷브레이커

지수가 8% 넘게 급락한 채 1분간 지속되면 발동하는 시장 안전장치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 모든 주식과 파생상품 매매거래가 20분간 중단된다.

◆반대매매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한 뒤 기한 내 갚지 못해 강제로 처분되는 것으로, 통상 투자자가 외상으로 주식을 산 후 3거래일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으면 증권사는 4일째 되는 날부터 임의대로 주식을 팔 수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