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을 향한 여야 각 정당의 선거운동이 2일부터 일제히 시작됐다. ‘코로나 정국’에 묻혀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지만, ‘더 큰 민주주의’를 향한 정치일정은 흔들림 없이 시작됐다. 그간 방역 당국의 노력과 국민적 동참이 이끌어 낸 소중한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처럼 엄중한 시국에서도 흔들림 없이 총선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저력은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걱정이 컸던 것은 혹여 투표율이 낮아서 총선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였다. 마음이 급한 일부 언론에서는 투표율 저하로 인한 각 정당의 유불리까지 따져보기도 했지만 투표율 저하로 인한 총선 결과는 그 자체가 비극이다. 그 누구의 승패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패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국민의 관심 밖에 있다면 그 정치는 이미 국민의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정국에도 불구하고 투표율 저하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는 것이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나왔다. 중앙선관위가 한국갤럽에 의뢰해서 지난달 23일과 24일 전국의 만18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2.7%가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대 총선 직전의 여론조사와 비교해도 8.8%포인트가 높은 수준이다.

물론 예년처럼 실제 투표율이 많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20대 총선 투표율이 58.0%에 그쳤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지금이 코로나 정국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아주 고무적이다. 투표율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이 엄중한 시기에도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여론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제 관건은 유권자가 여론조사에 응답한 대로 실제 투표장에서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다. 물론 총선 열기가 예년 같지가 않고, 여야 각 정당의 언행도 상식 밖의 일들이 너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투표율까지 낮아진다면 자칫 최악의 선거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선량들이 대거 탈락하고 정상배들이나 저급한 인물들이 국민의 대표 행세를 한다면 그 후유증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기 마련이다. 우리 역사를 보더라도 국가의 위기일수록 더 무서운 힘을 발휘했던 국민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성숙한 민주시민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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