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무엇인가 악수를 할 때에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2
사람들은 무엇인가 악수를 할 때에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2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꼭~ 약속해!”

“역시 최고야!”하며 치켜세우는 엄지 척!

약은 넷째손가락으로 저어 마셔야지 ‘약지’

“저 별을 봐~ 손가락 말고 별을 보라고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병원 처방에 따라 손가락 사이의 환부에 약을 바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손가락들은 통상 엄지, 검지, 중지, 약지라고 부르면서 새끼손가락은 왜 대부분 ‘새끼손가락’으로 부르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준비했다. 각 손가락을 지칭하는 말과 그 유래에 대해서 말이다.

일단 엄지다. 흔히들 최고를 칭할 치켜들며 앞으로 쭉 뻗는 손가락인 엄지손가락은 무지(拇指), 벽지(擘指), 대지(大指), 거지(巨指) 등으로도 불린다.

 

누군가 최고일 때 엄지를 치켜 세우기도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2
누군가 최고일 때 엄지를 치켜 세우기도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2

검지는 순우리말로 집게손가락으로 부른다. 엄지와 함께 물건 등을 잡을 때 집게처럼 사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보통 사람이나 사물 등을 지목하거나 가리킬 때 사용하며 식지(食指), 인지(人指), 염지(鹽指), 두지(頭指) 등의 표현이 있다. 여기서 ‘식지’는 음식 맛을 볼 때 살짝 찍어보는 손가락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엄지의 ‘엄’과 검지의 ‘검’의 의미는 명확하게 밝히기는 어렵지만 고유어로 볼 수 있다. 또한 엄지는 19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15세기부터 ‘엄지가락’ ‘엄지밠가락’과 같은 합성어가 보이기도 했지만 ‘엄지’가 단독으로 나타나는 용례는 19세기부터다. 일각에서는 ‘엄’이라는 글자가 ‘어머니’ 혹은 ‘엄마’에서 유래했으며 ‘지’는 한자 손가락․발가락 ‘지(指)’라는 의견도 있다.

손 중앙에 있으면서 손가락 중 가장 긴 가운뎃손가락은 중지(中指), 장지(長指, 將指)로도 부른다. 신기한 것은 이 가운뎃손가락의 길이에 20을 곱하면 대략적인 자신의 신장(身長) 값이 나온다. 중지는 검지의 역할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음은 네 번째 손가락인 약손가락이다. 약지(藥指), 무명지(無名指)로 불리는 이 손가락은 사실 다른 손가락과는 달리 딱히 정해진 이름은 없다. 국립국어원에서 권장하는 명칭은 그냥 ‘넷째손가락’이다. 특히 약지의 경우 다른 손가락에 비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원래 이름이 없다고 해 ‘무명지’로 불렸다.
 

결혼반지는 보통 왼쪽 약지에 끼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천지일보 2020.4.2
결혼반지는 보통 왼쪽 약지에 끼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천지일보 2020.4.2

‘약지’로 불리는 데는 두 가지 어원이 있는데 하나는 한약을 넷째손가락으로 저어 먹었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이 손가락을 잘라서 피를 내어 약으로 사용했다는 설이다. 특히 옛 사람들은 약지가 심장과 연결돼 있다고 믿어 이 손가락으로 약을 젓다보면 독이나 해로운 물질이 있을 때 이 손가락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쓸모없는(?) 손가락으로 치부당하면서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에게 산 사람의 약지를 베어 피를 먹이면 당장 위험한 고비는 넘길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거나, 약지 동맹이라는 말처럼 결의나 의리 등을 상징할 때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무명지’라는 이름이 또 아이러니하다. 보통 결혼반지를 왼쪽 넷째손가락에 끼는데 이는 혼자서는 독립적으로 움직이기가 어려운 손가락이다 보니 서로가 함께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마지막으로 새끼손가락이다. 크기가 작고 가늘어 소지(小指), 수소지(手小指)라고도 부르며 가장 끝에 있다고 해서 끝 계(季)자를 써서 계지(季指)라고도 쓴다.

다른 손가락들은 한자 표현이 익숙한 것에 비해 새끼손가락은 ‘소지’라는 표현이 어색하다. 이상하리만치 새끼손가락이라고 해야 귀엽고 친숙한 느낌이다.

 

새끼손가락을 거는 것은 그 약속에 대해 나도 동의하며, 그것을 지지하고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2
새끼손가락을 거는 것은 그 약속에 대해 나도 동의하며, 그것을 지지하고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4.2

새끼손가락으로 표현하는 은어 중에는 ‘여자친구’나 ‘애인’ 등이 있는데 이는 작고 귀여우며 그만큼 소중하게 지켜주고 싶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수지침에 따르면 손은 인체의 축소판으로 새끼손가락의 경우 정력(精力)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정력이 부족한 사람은 기(氣)가 약하고 따라서 정신도 약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새끼손가락은 정력, 기, 정신과 연결돼 있어 서로 간에 약속할 때에 새끼손가락을 거는 것은 그 약속에 대해 나도 동의하며, 그것을 지지하고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것의 유래를 중세 유럽의 풍습에서 찾기도 한다.

당시 무당들이 새끼손가락 끝으로 영혼과 접촉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때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막으면 그 현상이 극대화된다고 믿어 한쪽 귀를 새끼손가락으로 막으며 영혼과의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새끼손가락을 거는 것은 상대방과 나와의 두 영혼이 엮이는 것처럼 ‘약속’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의 영혼이 통하는 만큼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는 믿음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다. ‘무명지’라는 설움을 딛고 ‘생명’과 ‘결의’라는 비장함과 연결돼 있는 넷째손가락처럼 무엇 하나 우리에게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음을 이 작은 손가락들이 말해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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