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 Open Walking Thru)에서 의료진이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무증상 외국인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한편 내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한 2주간 자가격리 의무화가 시행된다. ⓒ천지일보 2020.3.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 Open Walking Thru)에서 의료진이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무증상 외국인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한편 내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한 2주간 자가격리 의무화가 시행된다. ⓒ천지일보 2020.3.31

“독립생활 어렵우면 시설격리 고민해야”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가 의무적으로 2주간 자가격리 지침이 본격 시행되면서 ‘가족 간 전파’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린 조처임에도, 자칫 함께 머무는 가족이 감염되면 이들로 인한 지역사회 전파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자가격리 대상자가 많아지자 가족 간 전파 사례가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전날 0시 기준 코로나19 해외 유입으로 확인된 사례는 56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가족 등 연관성이 확인된 사례는 총 72건으로, 정확한 가족 간 감염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개 감염병은 가족 간에 전파할 확률이 가장 높다. 코로나19 역시 가족 사이에 전파할 위험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국내에 발생된 초기 확진자 30명(1∼30번째)의 접촉자 2370명을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2차 감염’ 위험은 가족 간 접촉에서 일반 접촉보다 42배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접촉자 중 가족의 발병률은 7.56%, 가족이 아닌 접촉자의 발병률은 0.18%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감염 초기에 감염성이 상대적으로 큰 코로나19의 특성상 철저하게 자가격리 수칙을 이행하지 않으면 가족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는 비말(침방울)을 통해 주로 전파해 함께 식사하거나 대화를 하는 등 밀접하게 접촉할 경우 감염되기 상당히 쉽다. 따라서 격리자 가족이 침방울이 묻은 문고리, 책상 등 가구를 만지면서 손을 통해 전파될 확률이 높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2주간의 자가격리 의무화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 Open Walking Thru)에서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무증상 외국인이 아이를 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2주간의 자가격리 의무화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 Open Walking Thru)에서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무증상 외국인이 아이를 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31

아울러 격리자로부터 전파된 가족이 증상을 감지하지 못한 채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다가 제3의 인물에게 전파될 경우 감염원을 찾아내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역사회 노출이 전면적으로 차단되는 격리자와 달리 가족들은 외부 활동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족 구성원 중 격리자가 있을 시 가족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자가격리 수칙을 따라야 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에 머무르는 내국인이 자가격리 수칙을 잘 이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만약 자가격리자가 가족 간 전파를 일으키고, 이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면 감염병을 퍼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격리자가 생활할 별도 공간 마련이 힘든 환경이라면 거주지가 있다고 할지라도 자발적인 시설격리를 고려해야 한다. 가족 중 지병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이나 고령자가 있어도 별도의 시설격리를 고민해봐야 한다.

천병철 고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만약 독립된 생활이 어렵거나 동거인 중 만성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 있다면 시설에서 격리생활을 해야 한다”며 “만약 집에서 격리생활을 한다면 가족들도 스스로 기침,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등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도 격리자를 통해 발생하는 가족 간 전파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자가격리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가까이 있는 가족”이라며 “가족이 2차적으로 지역사회에 (코로나19를) 전파해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차단하려면 지침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