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21년 만에 중미 국가인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 씨가 22일 오후 국적기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약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의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도피 21년 만에 중미 국가인 파나마에서 붙잡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씨.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EAGC)의 자금 약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의 비밀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IMF ‘한보사태’ 정태수 4남

횡령·재산국외도피 등 혐의

추징금 약 400억원도 명령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뒤 21년 동안 해외를 도피행각을 벌이다 붙잡혀 재판에 넘겨진 고(故)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4남 정한근씨(55)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401억 3000여만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에 해당한다”며 “(횡령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다른 공소사실도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태수 전 회장이 관련 사건의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고 해도, 정씨는 아들로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며 “피해회사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인다. 국외 도피 중에도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 동기는 사익 추구이고, 피고인은 구속을 우려해 타인에게 범인도피죄를 저지르도록 교사한 데 이어 도피 중 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이 국외 도피 생활 중 어려움을 겪은 것은 맞지만 이는 피고인이 자처한 것으로 법원이 유리한 정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EAGC) 소유의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900만주를 5790만 달러에 매각하고도 2520만 달러에 넘긴 것처럼 속여 회사자금 3270만 달러를 스위스의 차명 계좌를 통해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또 회사 자금 약 66억원을 빼돌린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으나 공범들이 빼돌렸다는 정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액에서 제외했다.

이외에도 국세 253억 체납, 해외 도피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공문서위조) 등 혐의도 받는다.

검찰 수사를 받던 정씨는 1998년 6월 도주했고, 1999년 미국에서 친구의 여권을 이용해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머물렀다. 검찰은 공소시효를 얼마 남지 않은 2008년 9월 정씨를 기소했다.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정씨는 2017년 에콰도르에서 파나마를 경유해 미국으로 가려다 지난해 6월 18일 파나마 이민청에 체포됐다. 이후 브라질 상파울루와 UAE(두바이)를 거쳐 6월 22일 국내로 송환됐다. 도피 생활 21년 만에 일이었다.

정 전 회장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이른바 ‘한보사태’를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지난 2018년 12월 1일 에콰도르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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