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우리사회에서 오랫동안 코로나19 사태를 겪느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집안에 박혀 있으려니 갑갑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당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고, 코로나19 극복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하니 국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지내기도 했는데, 이제는 사정이 다소 나아진 것 같다. 3월 말이 되니 오후 무렵 동네공원에서는 구경나온 사람들이 꽤 많다. 저마다 마스크를 낀 채 널찍하게 사이를 두고 벤치에 앉아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걱정한 탓인지 피곤한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불과 두어 달 전 하더라도 우리사회에서는 총선 분위기여서 어디를 가도 정치이야기가 꽃을 피웠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월 중순 이후 하루가 지나면 대폭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국민들이 놀랐고, 정부당국에서도 전전긍긍하면서 방역 대응에 총력 대응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코로나가 계속 확산될 경우 총선을 연기해야하지 않겠나 우려했지만 3월 말경으로 접어들면서 증가세가 다소 주춤했으니 불행 중에서도 다행스럽다.  국민들이 우려했던 4.15총선은 드디어 내일(4.2)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지난달 27일 마감된 21대 총선 후보자 등록 결과 전국 253 지역구에 1118명이 출사표를 던져 4.4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비례대표에서는 총 47명 선출에 312명이 도전해 경쟁률이 무려 6.61대 1이다. 특히 비례대표에서는 35개나 되는 정당이 너도나도 신청해 정당의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이번 총선에서 투표용지가 가장 긴 신기록을 보이면서 온갖 말들로 선거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정당과 전국 후보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치열하게 선거전을 벌이겠지만 이번 총선을 두고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보여준 것은 한마디로 추한 꼴이었다. 새로 만든 선거제도를 먹칠했고, 정당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했다. 그 주범은 꼼수로 비례정당을 만든 것이었으니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공히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거대양당은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과 다수당제도를 지향한 개정 선거법 취지를 철저하게 무색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그럼에도 거대양당은 이번 총선에서 모든 당력을 쏟아 ‘프레임’에 가둬놓고 유권자들을 투표 동원수단으로 이용하려 애쓰는 중이다. 집권여당에서는 정부가 초기 대응을 잘못해 국민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고 얼마만큼 고통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도 없이 ‘코로나 모범국’이라 자화자찬하기에 바쁘다. 또 야당에서는 ‘경제 실정(失政) 심판’을 내세우며 전국 선거장을 비난의 장(場)으로 몰고 가려하고 있다.   

이미 거대양당의 속셈과 기득권을 위한 욕심은 다 드러났다. 지난 국회에서 의석이 줄어들까봐 선거법 개정에 협력하지 않았던 미래통합당에서는 준연동형비례대표 선거제도로 바꿔지자 그 허점을 악용해 비례대표 전용 꼼수정당을 만드는 등 대의민주주의나 정당민주제의 취지에는 아랑곳없이 의석 확보에만 혈안이 됐다. 제1야당은 앞뒤 가리지 않고 기득권 확보, 의석 챙기기에 나서서 말로만 청년정치, 젊은 정치를 내세웠지만 결과로 보면 이용만 했던 것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기득권 통속으로 꼼수정치로 더 날뛰었다. 정국 주도권을 쥐고 국가발전과 국민편익 위에서 선거제도가 안착되도록 정정당당하게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 미래통합당이 만든 비례전담 정당에 의석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면서 꼼수정당에 참여해 준연동형 선거제도에 참여했던 ‘4+1 협의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평당, 대안신당)’와의 정치개혁 합의는 헌신짝처럼 팽개쳐버린 것이다. 급할 때는 감언이설로 꼬여 제 편 이익은 다 본 뒤에는 안면을 몰수해버리는 그야말로 도의가 없는 정당으로 전락했다. 

미래통합당에선 기회다 싶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파탄을 이번 총선에 몰고 가려는 전략을 세웠다. 정당과 후보자들이 총선공약마다 ‘문재인 정권으로 인한 절망의 경제를 희망의 경제로 바꾸겠다’며 경제실정의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는바. 지금은 그 이슈보다 코로나19 상황 안개에 묻혀 있는 형국이다. 국민 관심은 하루빨리 코로나19 국면에서 벗어나는 데 있고, 정부여당이 만지작거리는 긴급생활자금이 궁금한 상태로 목구멍이 포도청으로 바짝 죄는 시국이기도하다. 그런 사정에 있으니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온갖 꼼수를 써가며 대한민국의 정치를 망치려 해도 제어가 되지 않는다.

이번 거대 양당이 보인 개정 선거법 취지를 악용하고 정당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해도 뾰족한 방도가 없다. 보수와 진보 이념의 ‘프레임’ 가두기 총선전략에서 탈피하자는 민생당이나 국민의당의 중도정당론은 허허롭기만 하다. 이제 거대 양당의 막가파 정치가 빛을 발하는 시간이 닥쳤으니 한국 정치가 ‘요 모양 요 꼴’로 가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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