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우려에 2020 도쿄올림픽의 1년 미뤄졌다. 사진은 도쿄올림픽 간판 앞을 지나가는 마스크 쓴 시민. (출처: 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우려에 2020 도쿄올림픽의 1년 미뤄졌다. 사진은 도쿄올림픽 간판 앞을 지나가는 마스크 쓴 시민. (출처: AP/뉴시스)

도쿄올림픽 1년 연기 발표

올림픽 시작 이후 사상 처음

세계대전 때 취소된 게 전부

 

선수들 컨디션 유지 난항

나이제한 남자축구 난항 예고

 

PL출범 첫 우승 도전 리버풀

헤비메탈처럼 격한 축구 구사

리그 ‘취소’ 얘기에 ‘노심초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올림픽에 관한 영화를 떠올린다면 무엇을 먼저 떠올릴 것인가. 기자는 ‘불의 전차’가 첫째로 생각난다. 1981년 개봉한 ‘불의 전차’는 1924년 파리 올림픽에 참여한 영국 육상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가 지금까지 회자하는 이유는 영화의 OST도 한몫했을 것이다. 듣고 있으면 절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듯 한 기분을 선사한다.

불의 전차가 이른바 ‘올림픽 정신’의 상징처럼 되면서 올림픽 시즌만 되면 곳곳에서 영화 제목과 같은 이 노래가 울려 퍼졌다. 정상적이라면 이 노래는 올해도 어김없이 올림픽과 함께하며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했을 테다. 하지만 아쉽게도 불의 전차와 함께 올림픽을 관람하는 건 1년을 미루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될 올림픽에 대한 우려로 2020 도쿄올림픽이 전격 1년 연기됐다. 1·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올림픽이 취소된 적은 있어도, 연기된 것은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올림픽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열리던 각국의 축구·농구 등 스포츠 프로리그 등은 대부분 일정을 중단했다. 특히 ‘헤비메탈’ 축구를 펼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리버풀FC는 PL 출범 후 처음 우승할 기회를 놓칠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가 불의 전차를, 헤비메탈을 멈춰 세웠다.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가 연달아 올해 도쿄 올림픽에는 선수단을 보내지 않겠다며 1년 연기를 촉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의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시사한 가운데 세계 각국이 강력한 연기 결정을 촉구하는 양상이다(출처: 뉴시스)
전세계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도쿄올림픽이 미뤄져야 한다고 압박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무릎을 꿇었다. 사진은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출처: 뉴시스)

◆‘전쟁’ 아니면 취소 않던 올림픽 초유의 ‘연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도쿄올림픽을 1년 미룬다고 발표했다.

전 지구적 전쟁이 아닌 이상 언제나 열렸던 올림픽이 감염병으로 연기됐다는 얘기는 결정권자들이 현재를 가히 ‘전쟁’에 준하는 상황으로 봤다는 것과 다름없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을 강행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 뜻대로 상황이 풀리질 않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텅 빈 경기장으로 치르는 것보다는 1년 연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올림픽 연기론에 불을 붙였다.

이후 같은 달 23일 캐나다올림픽위원회(COC)와 패럴림픽위원회(CPC)는 “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보건기구(WHO)에 도쿄올림픽·패럴림픽 1년 연기를 긴급하게 요청한다”며 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했다. 호주도 “2021년 여름에 올림픽이 열려야 한다”며 보이콧에 동참했다.

이외에도 아일랜드와 폴란드, 노르웨이, 브라질 등도 올림픽 연기를 공식 요청했고, 세계육상연맹 등 단체도 같은 성명을 내면서 초유의 올림픽 연기가 결정됐다.

일본경제신문 등은 도쿄올림픽 연기로 일본이 7조원가량의 손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 손실 금액과 시간이 늘어나며 추가로 발생할 운영 유지비 등을 합산하면 도쿄올림픽은 19조원에 이르는 대회 개최비용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도쿄올림픽은 역대 가장 많은 돈을 쓴 올림픽으로 남게 된다. 지금까지 가장 지출이 컸던 대회는 2012년 런던올림픽(2016년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 보고 기준 149억 달러, 약 18조원)이다.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진출 신화를 이뤄낸 주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본선에서 뛸 수 있을지 미정이다. 사진은 태국 빠툼타니 탐마삿대학 스타디움에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호주의 준결승전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 (출처: 뉴시스)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진출 신화를 이뤄낸 주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본선에서 뛸 수 있을지 미정이다. 사진은 태국 빠툼타니 탐마삿대학 스타디움에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호주의 준결승전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 (출처: 뉴시스)

◆올림픽만 보고 달려오던 선수들은…

연기로 인한 타격은 단순히 돈 문제만 있지 않다. 연기는 올림픽을 꿈꾸던 선수들에게도 타격이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5, 미국, 은퇴)는 지난달 25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정말 정신이 없다. 선수들의 감정에 물결이 일 것”이라며 “선수들이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다”고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염려했다.

개인 첫 올림픽에 도전하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5, 미국)는 적지 않은 나이가 문제다. 국가대표로 뽑히기 위해선 상위 랭킹을 유지해야 하는데, 한해 한해가 다른 나이의 우즈로서는 1년을 더 좋은 기량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와 비슷하게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그레그 판아베르마에(35, 벨기에)는 “올림픽 연기는 내가 1년 더 늙는다는 뜻”이라며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영국의 하키 금메달리스트인 수재나 타운센드(31)는 올림픽 연기가 ‘눈앞에 당근을 매달았다가 빼앗는 것’이라는 비유를 했다. 그는 “나는 내 몸이 위험한 상태라는 걸 알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런던올림픽 이후 또 한번의 메달을 꿈꾸는 대한민국 남자축구 대표팀도 비상이다. 3명의 와일드카드를 제외하면 만 23세 이하 나이 제한이 있는 올림픽 남자축구는 도쿄행에 혁혁한 공을 세운 1997년생 주축 선수들이 내년이면 나이 제한에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이대로라면 본선행 ‘공신’들이 정작 본선을 못 뛰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이들에 대한 참가 권리를 보호해 달라는 공식 서한을 보낸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중단되면서 취소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헤비메탈’ 축구를 구사하며 질주해 온  리버풀FC의 우승 도전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사진은 리버풀을 이끄는 ‘헤비메탈 축구’의 주인공 위르겐 클롭 감독. (출처: AP/뉴시스)
코로나19로 인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중단되면서 취소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이 경우 ‘헤비메탈’ 축구를 구사하며 질주해 온 리버풀FC의 우승 도전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사진은 리버풀을 이끄는 ‘헤비메탈 축구’의 주인공 위르겐 클롭 감독. (출처: AP/뉴시스)

◆헤비메탈 축구도 ‘음소거’ 위기

올림픽이 시작도 전에 미뤄졌다면 각국에서 진행되는 스포츠 프로리그 등은 한 참 진행 중에 중단하는 사태를 맞았다. 그중 한국의 남녀 농구·배구 프로리그는 모두 시즌 종료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리그 중단이 죽기보다 싫을 팬들이 있다.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축구 리그인 ‘PL’의 리버풀FC 팬들이다.

리버풀을 이끄는 감독은 이른바 ‘헤비메탈 축구’라고 불리는 전술을 구사하는 위르겐 클롭(독일)이다. 그의 축구에 이런 별명이 붙은 이유는 ‘게겐 프레싱(전방부터 시작되는 강력한 압박)’으로 대표되는 클롭 감독의 전술이 헤비메탈 음악만큼 격렬하기 때문이다.

클롭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은 PL의 출범 이후 첫 우승에 단 2승만 남겨둔 상태다. 헤비메탈처럼 올 시즌 리버풀은 18연승 44경기 무패행진으로 질주하며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었다.

지난 3월 12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리버풀의 앤드류 로버트슨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출처: 신화통신/뉴시스)
지난 3월 12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리버풀의 앤드류 로버트슨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출처: 신화통신/뉴시스)

하지만 3월부터 거짓말 같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3월 1일(한국시간)부터 45경기 만에 리그 패배를 시작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충격의 홈 역전패로 인한 탈락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래도 팬들은 1992년 PL 출범 후 처음이자 1990년 이후 30년 만의 리그 우승이라는 희망은 놓치지 않았지만, 이마저도 악몽으로 바뀔지 모른다. 코로나19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리그가 일시 중단됐는데, 쉽사리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리그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1부리그 통산 18회 우승을 기록한 최고 명문 중 하나인 리버풀은 1990년 이후엔 한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PL 출범으로만 따지면 우승 ‘0회’인 것이다. 그 사이 최대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통산 우승 횟수(20회)까지 역전당한 리버풀은,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그의 다른 구단 대부분이 시즌 취소가 옳다고 주장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상황은 리버풀에게 나쁘게 흘러가는 중이다. 심지어 같은 잉글랜드의 8부리그 저지불스는 27전 전승을 기록하며 승격을 확정하고도 시즌 무효로 우승·승격 모두를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리버풀로서는 최악의 수가 예고된 것이다.

그나마 리그가 취소될 경우 1조원이 넘는 재정적 손실을 우려해 PL 공식 의견상 무효화는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영국 언론 ‘풋볼 런던’은 PL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협의 결과 7월부터라도 무관중 경기를 통해 어떻게든 시즌을 마무리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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