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제81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성장과 물가문제가 있는데, 물가에 더 심각하게 관심을 갖고 국정의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가 물가만큼은 어쩔 수 없다며 두 손을 든 것이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 대통령이 물가 급등에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물가 문제는 기후변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고,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은 불가항력, 즉 천재지변과도 같아서 어쩔 도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후 김희정 대변인이 ‘물가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일부 여론에 대해 “기후변화나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 부분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발언으로 이 대통령의 속내만큼은 확실히 전달됐다는 분석이다.

평소 ‘못할 것은 없다’고 자신하던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자신감 결여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먼저, 정부의 물가 정책 실패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개월 만에 4%대를 넘어섰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지수도 6.6%로 급등했다. 이쯤 되니 ‘물가 대란’이라는 말도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문제는 ‘등 돌린 민심’이다. 물가 상승의 고통은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경제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부담은 고스란히 여당이 떠안게 된다. 한나라당이 4.27 재보선에서 ‘물가’ 때문에 발목을 잡힐 공산이 커진 것이다.

야당으로서는 이처럼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1일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가를 능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하며 공을 청와대에 넘겼다.

한편으로는 ‘성장을 통한 분배’를 외쳤던 이 대통령이 이제는 물가를 잡겠다며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청와대 측은 “‘성장’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계속 쏟아질 전망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