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5

박사방 유료회원 3명 경찰 자수

여론에 심리적 압박 느낀 듯

형법상 자수하면 감경 근거

 

조주빈 공범 담당 오덕식 판사

재판부 교체 여론에 부담 느껴

먼저 재배당 신청… 법원 인용

 

경찰, 박사방 회원 1만 5천명

명단 확보해 강제 수사 방침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미성년자 등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하고 돈을 번 이른바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과 관련해 유료회원 3명이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자수 여부와 관계없이 엄정히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박사’ 조주빈(24)이 운영한 ‘박사방’의 유료회원 중 현재까지 3명이 자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 3명은 조주빈이 구속되며 신상공개까지 되고, 청와대 국민청원 사상 최대 인원이 박사방과 n번방 참여자들을 엄벌해 처해달라고 동의하는 등 사건이 심각해지자 큰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자수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많은 수의 n번방 관련 참가자들이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7일엔 박사방 회원임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긴 40대 남성이 한강 영동대교에서 투신하는 일도 있었다. 현재 경찰은 시신을 수색 중인데, 여론이 격화하는 만큼 극단적 선택이나 자수 등의 행위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경찰 “자수해도 엄정처벌 방침”

경찰은 자수 했더라도 조주빈과 함께 불법행위를 가담한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 엄중 처벌할 방침이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유료회원 자수가) 국민적 관심사인 박사방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찰 수사와 별도로 가담자들이 스스로 자수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데 협조하고 자신들의 불법 행위에 상응한 처벌을 받는 것이 피해자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사방 사건은 성 착취물을 유통하고 공유한 반인륜적이고 악질적 범죄”라며 “자수 여부와 관계없이 가담자 전원을 엄정 처벌한다는 목표로 수사력을 집중해 철저하게 수사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자수하면 감경에 도움

경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실제 재판에선 자수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형법 52조는 죄를 범한 후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여론이 워낙 악화한 만큼 결정적인 증거를 제보한다 하더라도 실제 검찰과 법원이 큰 폭의 감경은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천지일보DB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천지일보DB

◆최종범 ‘불법촬영’ 무죄 선고한 판사가 박사방도?

법원은 이미 뜨거워진 여론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조주빈의 공범 ‘태평양’ 이모(16)군의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의 오덕식 부장판사가 재판부 교체 여론에 못 이겨 스스로 재배당을 신청했다.

오 부장판사는 고(故) 구하라씨의 남자친구 최종범씨에 대한 불법 촬영, 폭행·협박 혐의 사건 1심 재판을 맡아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성범죄자에게 관대한 처벌을 내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여론을 반영하듯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오 부장판사를 교체하고, 자격 박탈을 청원하는 글이 올라와 이날 오후 5시 기준 42만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결국 법원은 “국민청원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담당 재판장이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담당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했다”며 형사22단독(박현숙 판사)에게 사건을 재배당한 바 있다.

◆경찰, 회원 일부 특정해 강제수사 방침

경찰은 3명의 자수자에 그치지 않고 박사방에 참여한 모든 이를 끝까지 찾아 사법처리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경찰은 박사방 회원 닉네임 1만 5000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유료회원 일부를 특정해 강제수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주빈의 숨겨진 휴대전화도 확보하면서 경찰은 추가 범죄 확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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