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고향행 버스를 타기 위해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 가지아바드의 버스정류장에 몰려든 일용직 근로자와 가족들. (출처: 뉴시스)
28일 고향행 버스를 타기 위해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 가지아바드의 버스정류장에 몰려든 일용직 근로자와 가족들. (출처: 뉴시스)

인도 정부 ‘국가봉쇄령’ 내렸지만

물리‧경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불가

중남미 초기 감염자, 해외여행한 부유층

확산 과정에선 빈곤층이 더 취약해

[천지일보=이솜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는 중산층의 특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침투하고 있지만 이를 대처하는 방식에는 빈부격차가 있다. 외신들은 양극화가 극심하고 빈곤율이 높은 나라에서 그 씁쓸한 격차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31일 코로나19의 대책으로 나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인도 빈민가 거주민들의 삶을 조명했다.

인도 뭄바이 북부의 빈민가에서 살고 있는 제텐더 마젠더(36)는 인도 정부가 21일 간의 전국 봉쇄 방침에도 판잣집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상황은 절박하다. 이 작은 집은 수돗물도 화장실도 없고, 음식도 없어서 그가 일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지난 25일부터 국가봉쇄령이 발동됐다. 인도 정부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251명으로 전날보다 227명 늘었다. 총 사망자 수는 32명이다.

CNN은 “인도의 전국 봉쇄령은 콘도와 집에서 테라스 정원을 가꾸고 현대 기술을 이용해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중산층과 상류층에게는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며 그러나 빈민가에서 살고 있는 7400만명의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마젠더는 “차선이 너무 좁아서 상대방 어깨가 닿지 않고서는 길을 건널 수 없다. 우리는 모두 공동 화장실로 나가는데, 집 근처에는 20 가족이 살고있다”며 “사실상 우리는 함께 살고 있다. 우리 중 한 명이 아프면, 우리 모두가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결과적으로 빈민가의 근로자들은 일을 나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거나 집에 머물면서 극심한 배고픔에 직면하는 고통스러운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적극 검사, 깨끗한 물로 손 씻기 등은 빈민층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로신하 판자촌. (출처: 뉴시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적극 검사, 깨끗한 물로 손 씻기 등은 빈민층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로신하 판자촌. (출처: 뉴시스)

중남미도 빈곤율과 빈부격차가 큰 나라들이 밀집해있다.

멕시코 푸에블라주의 미겔 바르보사 주지사는 최근 가난한 이들은 코로나19에 “면역이 있다”고 발언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바르보사 주지사의 발언은 터무니없고 비과학적이지만, 실제로 중남미 여러 나라에선 부유한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금은 중남미 주요 국가에서 모두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지만, 초반엔 외국에 다녀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감염됐다. 해외여행을 할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먼저 감염된 것이다.

검사료가 비싸고 검사 건수가 적은 상황에서 부자들 위주로 검사를 받은 점도 부유한 확진자들이 많은 이유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멕시코만 해도 전체 확진자는 1천명 미만인데, 주지사와 하원의원, 증권거래소장 등 사회 지도층이 다수 포함됐다.

초반 확진자는 부유층에 집중됐다 하더라도 코로나19의 위험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크다. 부자들이 감염을 막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감염되면 돈을 들여 검사와 치료를 받는 동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만원 대중교통을 타고 일터에 나가면서 자신의 감염 여부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브라질의 첫 코로나19 사망자인 클레오니시 곤사우베스는 부자 동네의 아파트에서 가사 도우미였다. 곤사베우스를 감염시킨 사람은 집 주인으로 최근 휴가로 이탈리아에 다녀왔다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렸으나 그 사실을 곤사우베스에게 알리지 않고 계속 출근하도록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중남미의 가정부 문화와 충돌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상호 의존적인 가사 도우미 문화가 바이러스 전파 방지 노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가사 도우미가 아니더라도 빈곤층 상당수는 생업을 위해 감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아직 봉쇄 조치를 꺼내지 않은 이유로 자국 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극빈층의 경우 마스크는커녕 집에 손 씻을 물조차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AP통신은 “중남미에선 코로나바이러스가 부자와 가난한 이들에게 평등하지 않게 닥쳤다”며 “전문가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일터에 가야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는 많은 극빈층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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