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숙경(오른쪽) 한지공예가와 최영은(왼쪽) 한지공예가가 한지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주부서 한지 전도사로 변신… 아줌마의 변신은 무죄
함숙경·최영은 한지공예가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은 대단하다. 구에서 마련한 한지공예 교육을 받는 수강생에서 한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전도사로 변신했다. 아줌마의 ‘일단 저지르고 보자’라는 정신없이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을 두 명의 아줌마가 해내고 있다.

현재 그들의 수업을 듣는 이들은 초등학생부터 70~80대 어르신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한지 덕분에 동분서주로 뛰어다니다 보니 주부라면 겪는다는 주부우울증도 그들에게 다른 나라 이야기다.

두 명의 주인공은 함숙경·최영은 한지공예가다. 이들은 현재 서울시 중구 황학동에 위치한 신당창작아케이드에 ‘한지향기’에서 작업하고 있다. 보통 체격의 어른 2명이 누울 만한 좁은 공간이지만 자신들의 작품을 알차게 전시해 놓았다. 창 넘어 보이는 작품만으로 한지에 배인 향기가 솔솔 나는 듯하다.

▲ 함숙경 한지공예가는 주로 명함꽂이·보석함 등 미니어처를 주로 제작한다. (사진=박선혜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두 공예가는 한지공예 수강을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는 마음에 일을 시작했다. 공예를 통해 수강생들이 선진들의 지혜와 옛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꼈으면 좋겠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벌써 강사로 이곳저곳을 뛰어다닌 지 횟수로 8년째다. 이들은 고되지만 수강생들이 한지를 만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흐뭇하고 보람된다고 한다.

“한지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표하는 매개체입니다. 바로 ‘정’이지요. 수입지는 고가일수록 차갑고 빳빳합니다. 반면 양질의 한지는 구김이 가지만 질깁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따뜻하고 포근합니다. 저희는 우리 민족을 닮은 한지를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최영은 한지공예가는 서구문물만 좇는 현대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한국인들이 정체성을 찾지도 않은 채 문화사대주의에 젖어 있는 동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우리의 것을 볼 때마다 최 공예가의 머리와 마음에 빨간 등이 켜진다.

아줌마 공예가들은 소싯적에 미술 관련 수업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한지공예가의 길을 걸을 때 시행착오를 무던히 겪었다. 실패해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가족 지원군과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만큼 서로가 힘이 됩니다. 그리고 저희는 취향과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만든 작품들 역시 다릅니다. 상대편의 개성을 존중해 주죠. 아줌마 정신으로 죽기 살기로 매달리다 보니 안될 것 같은 일들도 어느새 진행되고 있더군요. 둘이서 여기저기 부딪치니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반이 된다’는 말이 절로 생각났습니다.”

▲ 최영은 한지공예가는 등·소반·수석장식함 등 큰 작품을 만든다. (사진=박선혜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두 공예가는 성향이 달라 내놓는 작품 크기며, 쓰임새며 다르다. 함 공예가는 ‘상품미’의 가치로 미니어처와 아기자기한 작품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손거울과 보석함 등이다. 반면, 최 공예가는 ‘전통미’를 강조한다. 그래서 소반·서랍장 등 함 공예가보다 큼직큼직한 가구를 제작한다. 그래서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그래도 함 공예가와 최 공예가는 찰떡궁합이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작품에 이러쿵저러쿵 훈수 놓지 않는다. 단지 존중·응원해준다. 어느새 이들 가족도 서로 알게 되고 종종 밥을 같이 먹고 담소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저희가 한지 덕분에 정을 경험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온라인 카페에도 작품과 만드는 방법 등을 공개해놨습니다. 굳이 가입하지 않으셔도 간단한 한지공예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한지가 주는 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들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공예를 가르치는 동시에 민화와 단청 등을 배워 곧 적용해 본다. 실패해도 오로지 ‘아줌마 정신’으로 부딪히고 나아갈 계획이다.

“공예 전공자였더라면 눈짐작으로도 ‘이건 되고 이건 안 되겠다’라는 계산이 나오잖아요. 저희는 일일이 다 해봐야 비로소 알죠. 그래도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한지공예의 매력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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