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5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평소처럼 상점가를 지나고 있다. 스웨덴은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코로나 19 대응으로 전면적 봉쇄를 취하지 않고 있다. (출처: 뉴시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5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평소처럼 상점가를 지나고 있다. 스웨덴은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코로나 19 대응으로 전면적 봉쇄를 취하지 않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스웨덴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국민의 이동권을 제한하지 않은 채 ‘집단 면역(herd immunity)’ 방식을 고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웨덴 내 코로나19는 확산 추세인데도 스웨덴 국민들은 유럽 내 다른 국가와 달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직장인들은 회사로 출근하는 일상을 계속하고 있다.

30일(한국시간) 오후 2시 기준 스웨덴의 확진자 수는 3700명이고 사망자도 110명에 달한다.

이같이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적지 않은데도 지난주와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데는 스웨덴 보건 전문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거나 집단면역만이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타임스는 보도했다.

집단면역은 백신이나 감염으로 한 집단에서 일정 비율 이상이 면역력을 갖게 되면 집단 전체가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갖게 되는 것을 가리키는 면역학 용어다.

백신 상용화까지 최소 1년이 걸릴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취약계층은 격리한 채 나머지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바이러스가 최대한 느리게 퍼지도록 해 대다수가 면역력을 갖도록 하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스웨덴 보건 기관 소속 전문가들은 이 방법으로 코로나19의 재유행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국립보건원 소속 감염병 학자인 안데르스 텡넬은 한국과 주변국의 억제 대책이나 봉쇄 지침을 지목하며 “얼마나 이런 정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텡넬 박사는 최근 영국 매체 업저버에 “한국처럼 간신히 노력해 바이러스를 없애는 데 성공하더라도, 한국 (당국)조차도 유행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또 “질병의 확산 압박이 가중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막았던) 문을 여는 순간 더 심각한 결과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행을 (애써서) 중단시키는 것은 되레 부정적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텡넬 박사는 “이 병이 그냥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그저 유행이 서서히 진행되게 노력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유행 자체를 막을 수 없기에 어느 정도 확산을 방치하는 ‘집단면역’ 방식이 장기전에는 오히려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텡넬 박사는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은 오랜 기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회의 많은 부분이 느려지겠지만 성공시킬 수 있다”며 “우리 모두 이 사태가 수개월간 지속하리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학교를 몇 달씩 닫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국민성과 사회구조적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권고도 다른 나라의 법안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엄격한 법안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70세 이상 노인이 자녀나 손주들과 함께 사는 경우가 거의 없고 맞벌이가 대다수라는 점도 이런 결정에 한 몫을 했다. 자녀를 맡길 학교가 문을 닫으면 의료진의 4분의 1은 일하기가 어려워져 전체 의료서비스가 타격을 입거나 조부모에게 양육을 부탁해 감염병 취약층인 노인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방침이 ‘위험한 실험’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스웨덴의 치사율은 1%보다 적은 0.1%에 가까운 수치이지만 집단면역 달성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우메아대 감염병 학자인 요아심 로클로도 “집단면역은 면역력이 생기도록 조용히 전파한다는 명제로 성립하는데 대부분의 과학적 증거는 이 조용한 전파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면서 정부 방침이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경고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