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문화안보연구원 이사

 

‘서해수호의 날’은 국가기념일로서 제1연평해전(1999.6.15), 제2연평해전(2002.6.29), 대청해전(2009.11.10.), 천안함 피격사건(2010.3.26), 연평도 포격사건(2010.11.23) 등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5대 도발을 상기하면서 서해 NLL 수호를 다짐하고, 순국한 장병 55명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기리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결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2016년부터 매년 3월의 넷째 금요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으며, 올해는 27일 오후2시 대전현충원에서 제5회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그러나 행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축소됐고, 제2연평해전 유가족과 연평도 포격도발 유가족, 천안함 유가족, 고(故)한주호준위 유가족 등 유가족 93명과 참전전우 38명 등 관계자 180여명정도 참석했다.

과거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추념식에 불참해 국민적인 비판이 들끓었었다. 정상국가의 군통수권자라면 최우선적으로 참석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이며, 군에 대한 예우임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2018년에는 3월 22일~27일 기간 중 베트남·UAE을 방문으로 불참했고, 2019년에도 3월 22일 대구 칠성종합시장을 방문하는 경제투어로 불참했다. 군장병과 유가족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대통령의 행동으로 순국장병에 대한 작위적인 모욕(侮辱)주기는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올해는 문 대통령이 임기 3년차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혹시 코로나19 사태를 빙자할 것을 우려해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에서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추모행사에 문 대통령이 반드시 참석할 것을 촉구한 바가 있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참석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엉뚱한 데서 문제가 터졌다. 그것은 바로 대통령의 추모사였는데 10분간에 걸친 연설에서 ‘북한’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순국장병 55장병들이 북한의 도발로 희생되었는가를 빼버린 추모사가 말이 되는가? 서해수호의 날이 왜 제정됐는지를 군통수권자가 정확한 정의(Justice)를 세웠어야하는데 북한의 도발을 회피한 추모사는 차라리 불참만도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분향하는 문 대통령에게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77세)가 다가가서 “대통령님, 이게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 가슴이 무너집니다”라고 피맺힌 절규를 했고, 이에 당황한 문 대통령이 “북한 소행이란 정부의 입장이 있다”와 “정부 공식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고 답하는 장면이 잡혔다. 그런 답변을 한 대통령이 추모사에서는 아직도 받아내지 못한 북한에 대한 사과요구와 책임자 처벌을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더욱이 유감스러운 것은 문 대통령의 답변에는 자신의 답변이 아니라 전 이명박 정부의 답변을 되뇌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 답변 속에는 북한을 향해 ‘현 정권은 유감없다’는 메시지를 함의한 것은 아닐까하는 정치적 복선(伏線)을 살펴본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군과의 관계에서 헌법 제74조 1항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를 근거해 ‘국군통수권자’로서 절대충성의 대상이다. 헌법 제5조 2항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군통수권자의 명령에 따라 생명을 초개와 같이 던져야하는 집단이다. 헌법 제66조 2항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와 제69조(대통령 취임선서)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라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성실한 의무’가 있다.

그런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의 헌법적 의무(Duty)를 대신해 서해영해를 수호하다가 장렬히 순직한 55용사들의 영전에서 북한의 도발을 꾸짖지 않는다면 과연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말인가? 헌법에 명시된 성실한 의무를 져버리고 있음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이 나라 대통령을 국군이 충성을 바칠 군통수권자라고 할 수 있을까? 서해수호의 날에 코로나19 극복의 의지를 다진다니….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