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보의 절벽에 갇힌 농아인들
[기고] 정보의 절벽에 갇힌 농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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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봉 인천광역시농아인협회 회장이 "투표합시다"라고 수어를 하고 있다. (제공: 인천시농아인협회) ⓒ천지일보 2020.3.28
김정봉 인천광역시농아인협회 회장이 "투표합시다"라고 수어를 하고 있다. (제공: 인천시농아인협회) ⓒ천지일보 2020.3.28

 

인천 지역 2만 3천여 농아인들도 투표하고 싶어요

오는 4월 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후보들의 외부유세활동이 줄어들면서 유권자들은 역대 여느 선거보다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때마다 치러지는 선거에서 더욱 더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사람들이 바로 수어(手語)를 주(主) 의사소통(意思疏通)수단으로 사용하는 농아인들이다.

농아인들 중에는 필담(筆談)보다는 수어(手語)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청각장애인의 문장력에 대한 논문 결과를 보면 외국의 경우 평균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이고, 국내의 경우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활자로 나온 선거공보물보다는 수어가 들어 있는 선거영상물이 필요하지만 현행 공직선거법 제65조(선거공보) ④항에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공보물이 있을 뿐 수어공보물은 어디에도 언급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후보자를 바로 알고 선택 해야 하는 선거에서 농아인들은 정보의 절벽에 갇혀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 정보의 절벽으로 인해 그 선택과 결정의 폭이 넓지 않아 어떤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다.

농아인들의 정보의 절벽은 선거만이 아니다. 최첨단의 스마트시대에 국내 코로나19 감염의심자들이 질병관리본부 1339로 전화할 때 농아인들은 영상전화가 안돼 발을 동동 구르다가 발생 2개월여가 흐른 뒤에야 겨우 손말이음센터(107) 영상전화로 상담을 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코로나19로 학교 개강이 미뤄져 학생들이 집에서 온라인 영상강의 수업을 듣지만 청각장애학생들은 영상을 봐도 자막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거나 수어통역은 아예 안나와서 강의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게다가 비장애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강의는 수어통역이 아예 없고 자막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도 없는 경우가 많아 인터넷강의에 접근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뿐만아니라 농아인들은 의료기관을 원하는 시간에 가고 싶어도 마음 놓고 통역받기가 어렵고 사전에 지역 수어통역센터에 예약을 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과 어려움이 많다.

전국 권역별로 건강검진기관 서너 곳과 부산 성모병원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수어통역사가 상주하지만 인천 지역 대형병원은 서너 곳이 있어도  상주하는 수어통역사가 1명도 없다.

인천국제공항이나 출입국사무소 등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기관에도 상주하는 수어통역사가 필요한데 여기에도 수어통역사는 찾아볼 수 없다. 농아인의 눈높이에 맞게 수어로 정보를 생산하는 수어영상도서관도 필요하고, 농부모 농자녀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부재, 동네에 있는 노인정이나 경로당에 가고 싶어도 의사불소통으로 비장애 어르신들과 어울리기 어려운 농어르신들을 위한 주간보호센터와 쉽터가 필요하다.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수어통역사들의 현실적인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인천시에서 야간통역을 위해 예산을 배정해 24시간 통역을 시행하고 있어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이다. 2020년 2월말 현재 인천 등록장애인은 14만 4957명이고 이들 중에 청각·언어장애인은 2만 3천 22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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