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이름도 낯선 n번방 박사방이 온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n번방 박사방은 아동 청소년을 포함한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 행위를 하던 곳이다. 미성년 여성을 포함한 여성들에게 접근하여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뒤 나체 사진을 찍고 나체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음란물을 찍는 반인륜적이고 반인간적인 행위를 했다. 여성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n번방과 유사한 성착취물 공유방이 파악된 것만 60여개에 이르고 회원 가입해 음란물을 들여다보는 인간이 26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중복된 사람이 일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 그것도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해서 이 같은 반인륜적 패륜적 성착취가 자행될 수 있었을까? n번방과 광범위한 유사 n번방 참사는 정부와 국회, 검찰과 경찰, 사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국가기관의 직무유기와 방조 행위가 사태를 일파만파 키웠다.

사이버 공간 성착취 행위 발생 초기부터 국회와 정부가 강력한 처벌규정을 담은 입법을 하고 검경이 엄정히 수사하고 사법부가 강력히 처벌하는 판결을 내렸더라면 오늘의 n번방 박사방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유사 n번방이 우후죽순 독버섯처럼 자라나지 못했을 것이다.

범죄는 예방이 최선인데 국가의 예방기능이 사실상 멈추었고 성착취 행각이 곳곳에서 자행된 이후에도 범죄조직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예방기능도 작동하지 않고 성착취 범죄에 대한 가차 없는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성착취 범죄는 끝을 모르고 뻗어갔고 인격 살인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는 셀 수 없이 늘어만 갔다.

지금 대통령이 강력한 처벌과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n번방 회원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법무부는 ‘관전자’도 전원 처벌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후에 약방 찾는 때늦은 대응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지 3년 다 된다. 그 사이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기관, 검찰과 경찰은 무엇을 했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정부 부처와 검경은 대통령의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공권력과 행정력을 총 동원해 디지털 성착취 범죄 단체 조직자는 물론 조력자와 가담자, 성착취물을 소지한 자도 처벌하라. 정치권은 이제야 국제 공조 수사, 강력한 처벌, 전담부서 신설을 외치고 있는데 그 동안 입법을 태만히 하고 직무유기한 점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다.

국민 10만명이 동의한 ‘국민동의 청원 1호 법안’에 위의 세 가지가 모두 담겨 있었지만 국회는 처벌을 할 수 있는 입법을 회피해 버렸다. 법사위는 극히 일부만 수용하고 법안을 사실상 폐기처분했다. 국민청원입법안 논의 때 국회의원들이 보인 반응은 성착취 범죄 불감증 그 자체였다. 국회의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 제2의 국민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국민청원 입법안이 올라가면 국회는 바로 응답해야 한다.

현재 정치권은 하나같이 n번방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을 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예전처럼 선거를 앞두고 입발림 수준으로 떠드는 것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20대 국회에서 ‘디지털성범죄방지법’을 만들겠다고 당대표 이름으로 국민 앞에 약속하고 여야 입법 책임자가 함께 모여 총선 후 강력한 처벌규정과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안을 담은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서약서를 작성하고 국민 앞에 공표하라.

사법부는 솜방망이 처벌로 사실상 방조한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이다. 앞으로는 반드시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할 것을 요청한다.

국회는 특별법에 사이버 성착취 조직 결성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담아라. 미국처럼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소지는 물론 들여다보는 행위도 징역 10~20년까지 받을 수 있게 실효성 있는 법률을 만들어라.

정부와 검찰, 경찰, 국회와 법원 등 국가기관은 또 다시 직무유기하지 말라. 또 다시 방조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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