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인천=신창원 기자] 10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선학체육관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에게서 방역당국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으로 최근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다수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 2020.3.10
[천지일보 인천=신창원 기자] 10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선학체육관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에게서 방역당국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으로 최근 인천지역에 거주하는 다수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 2020.3.10

빨리빨리 문화와 ‘위기대응력’

국방의의무가 만든 ‘공중보건의’

김진용 제안한 ‘드라이브 스루’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을 덮치면서 한국의 진단능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그나마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빠른 진단을 통한 환자 조기 발견이 가능한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번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역병에도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와 환경이 빛을 발했다. 한국이 단기간 코로나 대량진단이 가능했던 이유와 배경을 분석했다.

◆빠른 결정력으로 출시된 ‘진단키트’

우리 민족은 위기에 강하다. 이건 역사가 증명한다. 이런 위기대응 능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각기 다른 측면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빠른 결정력 덕분에 출시된 속성 진단키트는 빠른 검사와 방역에 최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은 “진단키트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약 1년이 걸린다. 한국에선 불과 몇 주 내 모든 절차가 끝났다. 미국, 일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라며 한국 보건당국의 빠른 의사결정에 놀라움을 표했다.

19일 로이터 통신은 ‘한국이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미국을 압도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복잡한 의사결정 체계가 걸림이 된 반면, 한국은 지난 1월 27일 보건당국이 20개가 넘는 제약회사와 머리를 맞대고 회의 일주일 만에 진단키트를 상용화했다”며 역시 제약회사의 빠른 진단키트 개발과 보건당국의 빠른 승인을 대량 진단 비결로 꼽았다.

진단키트는 질병을 신속하고 간편하게 진단할 목적으로 화학적 반응을 이용해 만든 검사기구다.

질본에 따르면 현재까지 진단키트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곳은 가장 먼저 승인받은 코젠바이오텍의 파워체크를 비롯해, 씨젠과 솔젠트 SD바이오센서 등 4개 업체 제품이다. 이 외에도 수십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질병관리본부에 진단키트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단, 속성 출시 때문에 빚어진 검사 정확성에 대한 논란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 ‘병역법’이 만든 ‘공중보건의’ 활약

우리나라에서 재난상황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인원은 바로 ‘군인’이다. 돈을 따로 들이지 않고, 아무 때나 국가가 결정하면 건장한 청년들을 대거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 때문이다. 역시 이번 코로나19 재난에도 군인이 투입됐다. 단 일반 군인이 아닌 군복무를 대신해 차출된 공중보건의들이 대거 투입됐다.

공중보건의는 병역법 제34조 1항에 따라 공중보건의사에 편입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로서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할 것을 명령받은 사람을 말한다. 의무복무기간은 3년이다. 이는 국방의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에 있는 특수 시스템이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보건복지부는 올해 신규 공중보건의 742명을 조기 임용하고 현장에 바로 배치했다. 일부 공중보건의들은 4주간 기본훈련도 생략하고 현장에 투입됐다. 대구에 긴급 투입된 공중보건의만 무려 385명이다.

대구에 배치된 공중보건의들은 매일 유증상자의 집·건물 7~8곳을 직접 방문해 검체를 채취했다. 그때마다 30분이나 걸려 D레벨 방호복으로 갈아입는 일을 반복했다. 하루 근무시간의 절반이 옷 갈아입는 데 걸렸다. 전해진 것처럼 D레벨 방호복은 입으면 속도 울렁거리고 땀도 많이 난다.

19일 기준 대구지역 코로나19 진단검사(검체체취) 현황을 보면 선별진료소 1만 9763건(29%), 드라이브 스루 1만 1863건(17%), 방문진단 3만 7078건(54%)이다. 이동진단을 한 공중보건의야말로 한국의 코로나 대량진단의 진짜 공로자들이다.

그러나 세계가 아무리 부러워해도 공중보건의 제도가 없는 나라에선 한국처럼 의사 인력을 이렇게 무더기로 차출해 활용할 수가 없다.

(출처: 대구시)
(출처: 대구시)

◆ 이동검진 혁신 ‘드라이브 스루’ 제안자 ‘김진용’

외신들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가장 놀란 부분이 드라이브 스루라는 획기적인 진단방법이다. 하지만 드라이브 스루 개발자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항간에 이재명, 기모란 등의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드라이브 스루 제안자는 바로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다. 관련 연구진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검사법을 고민하다 인플루엔자 팬데믹과 생물학적 테러 상황에서 대규모 검사 등을 진행하는 방법을 다룬 해외논문에서 힌트를 얻었다.

국내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운영한 이는 권기태 칠곡경북대병원 감염관리실장이다. 이후 각 지자체장들이 발 빠르게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운영하면서 보편화됐다.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사례는 논문에도 실려 각국에 소개되고 있다.

지난 16일 대한의학회지(JKMS) 온라인판에는 드라이브 스루형 선별진료소를 소개하는 논문 'Drive-Through Screening Center for COVID-19 : a Safe and Efficient Screening System against Massive Community Outbreak'가 실렸다. 집필에는 제안자 김진용 과장과 최초 운영한 권기태 실장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적절한 진단키트와 치료법, 백신 등이 개발된다면 드라이브 스루형 치료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 중국 감염원 차단까지 했더라면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 환자 급증 이후에 발 빠르게 대응한 덕에 그나마 코로나 재앙을 속도 조절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발 빠른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정부가 왜 감염원인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조기에 하지 않아 이런 사태까지 오게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처음부터 중국 감염원을 차단했다면 120명 넘는 사망자, 1만여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는 이런 사태까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때문에 ‘문 열어두고 모기 잡는다고 모기약 뿌리고, 모기향 피우고, 모기채 휘두른다’는 비난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