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제공: 서울지방경찰청)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출처: 연합뉴스)

피해자 협박해 성착취물 촬영

미성년자 포함 피해자만 74명

신상공개 청원 254만명 동의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의 신상정보를 경찰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다.

24일 서울지방경찰청은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피의자 조주빈(25)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경찰은 “위원회는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인권 및 피의자 가족·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면서도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반복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할 뿐 아니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며 “국민의 알 권리, 동종 범죄의 재범 방지, 범죄 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성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18년 12월쯤부터 SNS나 채팅 앱을 통해 ‘스폰 알바 모집’ 등을 올려 피해자들에게 나체 사진을 받은 뒤, 이를 협박의 도구로 활용해 성착취물을 촬영하게 했다. 확인된 피해자만 미성년자를 포함해 74명에 이른다. 또 경찰은 조씨의 주거지에서 1억 3000만원 상당의 현금을 압수했다. 아직 환수하지 못한 범죄수익은 추적 중에 있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A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A씨가 텔레그램에서 유료로 운영한 이른바 '박사방'이라는 음란 채널에는 미성년자 등 여러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 영상과 사진이 다수 올려졌다. 2020.3.19 (출처: 연합뉴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A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A씨가 텔레그램에서 유료로 운영한 이른바 '박사방'이라는 음란 채널에는 미성년자 등 여러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 영상과 사진이 다수 올려졌다. 2020.3.19 (출처: 연합뉴스)

조씨는 먼저 텔레그램에서 ‘맛보기’ 대화방을 통해 성착취물 일부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뒤 일정금액의 가상화폐를 지불하면 입장이 가능한 유료 대화방을 3단계로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돈을 받고도 실제론 유료방에 초대하지 않는 사기 행각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자신이 착취하는 여성들을 ‘노예’로 부르게 했다. 호칭만이 아니다. 피해자의 몸에 ‘노예’ 혹은 ‘박사’라고 새기도록 지시하고 행위를 찍도록 했다.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지난해 9월 수사에 돌입했다. 공범들에게도 신상을 숨길 정도로 주도면밀하게 움직인 그였지만, 경찰이 여러 특수수사기법을 총동원해 6개월간 실체에 접근하면서 그의 범행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16일 조씨와 공범들을 모두 체포했다.

검거 당시 조씨는 자신이 텔레그램 방을 운영한 ‘박사’가 아니라고 부인하며, 유서를 남긴 뒤 자해 소동을 벌이는 등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결국 범행을 시인한 뒤 수사에 협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혐의 등으로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19일 영장을 발부했다.

24일 조씨에 대해 경찰이 신상 공개를 결정하면서 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가 됐다.

성폭력처벌법 제 25조에 따르면, 유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필요 등 요건이 갖춰지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이제까지 범죄를 저질러 신상이 공개된 경우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김성수, 전남편 살인 혐의의 고유정, 모텔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장대호 등이다. 이들은 모두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조항에 의해 신상이 공개된 사례다.

한편 조씨가 겁박·협박 등 악랄한 수법을 통해 피해자들의 성을 착취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여론의 공분이 일었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씨가 운영한 ‘박사방’과 비슷하게 음란물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n번방’과 관련한 청원이 올라왔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254만명이 넘는 역대 최다 인원이 동의했다. 또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도 182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에 24일 오후 2시 기준 254만명을 넘어선 동의가 달렸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20.3.24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에 24일 오후 2시 기준 254만명을 넘어선 동의가 달렸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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