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제공: 한진그룹)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제공: 한진그룹)

조원태 사내이사 연임 ‘주목’

국내·외 자문사 찬반 엇갈려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선택은

승패 관계없이 장기전 모드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오는 27일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경영권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12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남매의 난’으로 재점화된 그룹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과 ‘반(反) 조원태 3자 주주연합(조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 간 다툼으로 확전된 상태다.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은 27일 오전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감사보고, 영업보고, 최대주주 등과의 거래내역 보고 등에 이어 재무제표 승인건, 사외이사 선임건, 사내이사 선임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이 논의된다.

현재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임기만료 1명 제외)으로 구성된 한진칼의 차기 이사회 장악을 위해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 외에 신규로 6명의 이사 후보를, 3자 연합은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한 7명의 이사 후보군을 각각 제안한 상태다.

조원태 회장과 3자 연합의 최대 관심사는 이사 선임이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됐는데, 차기 이사회 장악을 위한 양측 수 싸움이 치열하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사는 한진칼 이사회가 낸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故)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된 전례가 있는 만큼 노조와 전직임원회 등이 나서 조 회장의 재선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3자 주주연합은 조 회장을 비롯한 현재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주총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이 그룹 내 경영권을 지키느냐, 아니면 반(反)조원태 주주연합이 조 회장을 끌어내리느냐가 결정된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유효한 지분을 기준으로 조 회장 측은 본인과 특수관계인 지분(22.45%), 우호세력인 델타항공(10.00%), 카카오(1.00%), GS칼텍스(0.25%),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사우회(3.7%) 등을 포함해 총 37.40%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6.49%), KCGI(17.29%), 반도건설(8.20%)의 지분을 합해 31.98%를 확보했다. 양측의 지분 격차가 사실상 박빙이어서 2.9%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기관 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표심에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국민연금이 결국 자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을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반대 의견을 냈다. 

또한 양측은 소액주주들을 직접 찾아가 의결권 위임을 받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일부 지분에 문제가 있다며 의결권을 제한해 달라는 소송까지 벌이는 등 ‘진흙탕 싸음’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3자 연합은 지난 12일 조 회장의 우군으로 평가되는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사우회와 관련해 “총수의 영향력 안에 있는 지분이므로 특수관계인이지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며 의결권을 제한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진그룹 역시 3자 연합의 공세에 강력히 대응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3자 연합이 제시한 이사 후보군의 이해 충돌 우려를 지적한 데 이어 리베이트 의혹에도 선을 그으며 명예훼손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조 회장 측은 반도건설의 지분 보유목적 허위 공시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반도건설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듯 자사가 보유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 양측의 승패가 결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올 들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집하며 주총 이후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우군인 델타항공이 지분을 14.90%까지 높인 상태다. 3자 연합도 최근 꾸준한 지분 매입을 통해 40.12%까지 한진칼 지분율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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