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원가 휴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대치동학원가의 한 학원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천지일보 2020.3.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원가 휴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대치동학원가의 한 학원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천지일보 2020.3.23

“미래예측 힘들어 더 어려워”

원장 “생계 정말 막막” 호소

정부 지원 정책 대한 비판도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3월 한 달만 보더라도 매출이 0원이니…. 그냥 이렇게 빚지고 접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서울 마포구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40대 원장 A씨는 23일 천지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3월 내내 부분 휴원에 들어갔다”며 이같이 말했다. 휴원에 들어간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학원을 찾는 아이들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A씨는 “오늘도 쉬는 날인데 대출건 서류 때문에 준비하러 학원에 나왔다”며 “지금 상황이 급박한데 매출은 0원이니 대출이라도 받아야 될 것 같아서 준비하고 있다”고 한숨을 푹 쉬었다.

이어 그는 “자영업자들이 전반적으로 다 힘들겠지만, 학원가의 상황과 분위기는 특히 더 힘든 것 같다”며 “‘4월 6일에도 개학을 할 수 있을까’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빚만 지고 접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더 힘든 것 같다”며 “‘4월에 개학하면 이후에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알 수 없는 미래이니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원가 휴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대치동학원가에 위치한 피아노학원 신발장에 신발이 놓여 있다. ⓒ천지일보 2020.3.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원가 휴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대치동학원가에 위치한 피아노학원 신발장에 신발이 놓여 있다. ⓒ천지일보 2020.3.23

마포구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유인영(가명, 40, 여)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유씨는 “하루에 (학원생들이) 5명이나 6명밖에 안 온다. 기존과 비교해 봤을 때 5%로도 안 되는 숫자”라며 “학원을 닫고 싶은데 한명이라도 있어야 밥이라도 먹을 수 있으니 마지못해 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휴원을 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학원마다 상황이 다른데, (사람들이) 일괄적인 판단을 하니 너무 억울하다”며 “오히려 집보다 더 신경을 써서 소독을 하는데, 상황도 잘 모르면서 괜히 학원가면 코로나19에 감염될 거라는 인식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아이들끼리 접촉을 많이 하는 과목이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피아노 학원은 그렇지 않다”며 “학원마다 상황이 다 같은 것처럼 몰아가기를 하니, 문을 여는 원장님들이 마치 돈에 환장한 사람처럼 비춰지고 있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유씨는 “게다가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개학한다고 없어지지는 않지 않냐”며 “무조건 (학원은) 가지 말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 엄마들도 당연히 ‘나라에서 학원을 열지 말라는데 너네는 왜 하냐’는 식”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정부의 지원 정책에 대해선 “정부 지원은 받을 수 있는 희망도, 가능성도 별로 없고 절차도 간단하지도 않는 데다 언제 나올지 몰라서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며 “학원 선생님들도 지금 다 나오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생계가 정말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원가 휴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대치동학원가의 한 학원에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학원과 교습소 휴원율은 26.5%(2만5천231곳 중 6천681곳 휴원)로 집계됐다. ⓒ천지일보 2020.3.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원가 휴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대치동학원가의 한 학원에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학원과 교습소 휴원율은 26.5%(2만5천231곳 중 6천681곳 휴원)로 집계됐다. ⓒ천지일보 2020.3.23

A씨도 정부의 지원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냥 대출이지 않냐”며 “말만 지원해준다는 얘기지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사업자 대출은 원래도 있었고, 그 한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도 (경제적으로) 상황이 너무 급박하고, 저금리 대출이라도 가능하니 받아야 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정부의 지원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선 “대출의 폭을 넓혀준다던지 그런 것도 잘 모르겠고, 새롭게 제시한 것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종로구에서 태권도학원을 운영하는 신정민(36, 남)씨 역시 정부가 제시한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두고 기대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씨는 “정부의 정책은 직접적으로 사업장마다 금액을 지원해 주는 게 아니라 소상공인 대출을 해준다는 것”이라며 “제가 알기로는 사업체마다 한도가 있고, 은행권 신용 대출이 돼야 가서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의문을 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해 생계난에 시달리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정책을 냈다. 그러나 내놓은 대책이 은행권 대출인 만큼 담보 등 기본 조건이 부족한 자영업자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로 인해 소상공인들은 대출이 아닌 실질적인 손실에 대한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부가 감염예방과 관련해 학원에 휴원을 권장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고려하면 휴원은 더는 예방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만큼 학원 휴원이 더는 예방책이 될 수 없다”며 “학원방역단을 구성해 학원과 주변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전국 학원 67%가 2월 24일부터 3월 15일까지 휴원을 실시했으나 학원운영난·생계난에 직면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개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원가 휴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목동학원가의 한 학원 앞에서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학원과 교습소 휴원율은 26.5%(2만5천231곳 중 6천681곳 휴원)로 집계됐다. ⓒ천지일보 2020.3.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원가 휴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목동학원가의 한 학원 앞에서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 학원과 교습소 휴원율은 26.5%(2만5천231곳 중 6천681곳 휴원)로 집계됐다. ⓒ천지일보 2020.3.23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