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신천지 편을 방송한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시청률 6.8%를 기록했다. ⓒ천지일보 2020.3.18
지난 2일 신천지 편을 방송한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시청률 6.8%를 기록했다. ⓒ천지일보 2020.3.18

 

중립 지켜야 할 언론의 편향적 시각

신천지 입장 배제된 신천지 이슈보도

시청자‧독자 무분별 ‘동조현상’ 조장하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신천지 교회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잘못을 했다면 비판과 판단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중립을 지켜야 할 언론들이 쏟아붓는 비난의 모양새가 상당히 일방적이다.

공중파와 종편 시사프로와 뉴스들이 신천지 비방 시사프로그램과 보도 등을 편성하고 신천지에서 출교 당하거나 탈퇴한 이들을 초청해 ‘전(前) 신천지’라는 명분으로 갖은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 비난의 결론은 독자들의 ‘신천지 증오‧혐오’로 이어진다.

신천지 관련 보도의 댓글들은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표현들이 이어지고 있다. 구순이 된 신천지 대표를 향해 ‘놈’ ‘새끼’ 등으로 부르는 것은 예사다. 또 ‘00희 따라가겠다고 스스로 뛰어내려서 하루아침에 사라져야 세상이 밝아진다 저것들 없어진다 해도 슬퍼할 사람 하나도 없고 기뻐할 사람만 있다’라는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린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현재 매체들이 ‘자극’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더 자극적인’ 정보를 주기 위해 선택하는 취재원이 독자로 하여금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방해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신천지교회 관련 보도에서 등장하는 ‘신천지 전문가’ ‘전 신천지 교인’ ‘전 신천지 직분자’를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신천지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시각 자체가 쏠려 있다.

보도에서는 신천지에서 이 총회장을 신격화하다 출교를 당해 기성교회에서 신천지를 비방하며 ‘강제개종’의 일선에서 뛰고 있는 기성교회 소속 목사가 전문가로 등장한다. 신천지에서 직분을 맡았다가 불만을 품고 탈퇴해 신천지 신도들을 대상으로 ‘개종’을 강요하는 목사가 전문가로 초청된다. 또 신천지 교회에 입교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탈퇴한 교인들은 주 취재원으로 등장해 자신이 단체에서 품었던 불만을 감정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단체에 소속됐다가 불만이 생겨 탈퇴를 한 탈퇴자는 탈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그 단체를 비방하고 비난할 수밖에 없는 게 이치다.

◆ 신천지 취재원 없는 신천지 보도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현 조직 구성원을 통해 삼각확인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갖게 된다. 즉 비난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의 입장을 확인해야 한다. 취재 거부와 대외협력 단절 등 언론이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단절된 것이 아니라면 특히 더 시도를 해야 한다. 삼각확인은 지극히 ‘자극적이고’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보도를 벗어나 이성적으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다.

이런 점에서 신천지교회는 홍보부를 통해 보도자료를 공급하고 Q&A를 통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니 삼각확인의 환경이 결코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데도 언론 보도에서 신천지교회 측의 입장이 배제되기 일쑤다. 

인류가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기본 규칙이 있다. 심리학자 김정운은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라는 심리학 저서에서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주고 받기’다”며 “타인의 순서를 기다릴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이 다른 포유류와 구별되는 것은 바로 이 ‘순서 주고 받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의사소통에 있어서 순서 주고 받기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이성적인 인간의 의사소통이라고 보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김정운은 “세계 10위권의 부유한 나라가 됐지만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 규칙인 ‘순서 주고받기’는 여전히 무시하며 살고 있다”며 “자신의 순서를 빼앗긴 상대방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낳는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아온 ‘순서 주고 받기’라는 의사소통의 근본 규칙을 회복하지 않으면 이 분노의 악순환으로부터 결코 헤어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신천지 교회는 현재 순서를 빼앗겼다. 어느 보도에서도 신천지 현 소속 직분자나 교인이 등장해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없다. 보도를 접하는 독자들도 신천지 측 입장을 들어볼 기회를 박탈당했다.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신천지예수교회 교인을 찾으려는 전라북도청 문자메시지(오른쪽)와 신천지 교인 세대를 낙인 찍는 한 아파트 알림장. ⓒ천지일보 2020.2.28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신천지예수교회 교인을 찾으려는 전라북도청 문자메시지(오른쪽)와 신천지 교인 세대를 낙인 찍는 한 아파트 알림장. ⓒ천지일보 2020.2.28

◆ 일방적 비방에 심리적 ‘동조현상’만

그 사이 신천지에 대한 반감이 가득한 출연진의 주장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동조를 하게 된다. 심리학적 현상인 ‘동조현상’이 언론을 통해 구현됐다. 쏟아지는 어뷰징 기사들을 통해 ‘더 자극적으로’ 비난 수위는 높아졌고, 비방이 반복되는 뉴스환경에서 독자들은 ‘동조현상’의 피해자가 된다.

동조현상을 잘 설명해준 영화를 통해 그 결과를 살펴보자.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1957년)’에서 배심원 12명은 한 살인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기 위해 회의실에 모인다. 18세 소년이 아버지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이었다. 재판에서는 소년이 범인이라는 증거도 있고, 증인도 있었다. 틀림없이 소년이 범인이라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만장일치 결론을 내려야 하는 배심단의 회의에서 7~8명이 얼른 손을 들자 머뭇거리던 몇 사람도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결국 1명을 제외한 11명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반대 의견을 낸 유일한 배심원을 향해 비난과 질문이 쏟아졌다. 동조를 요구하는 집단의 압력이 시작된 셈이다.

11명이 유죄라고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반대의견을 낸 배심원은 그 압력을 이겨내고 “나까지 손을 들면 이 애는 그냥 죽게 될 거 아닙니까?”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사건을 처음부터 재구성해나갔다. 그러면서 의심스러운 증거를 반박했고, 증인의 잘못을 꼬집었다. 이렇게 사건을 밝혀가는 동안 처음에 유죄라고 생각했던 배심원들은 차츰 의견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누구나 ‘맞다’라고 말하는데 자기만 ‘틀리다’고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은 집단의 ‘동조’ 압력을 이겨내고 반대하는 용기를 가져야 억울한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 언론‧군중, 사실엔 관심 없이 신천지 비방만

의사소통의 기본 규칙이 무시된 채 ‘동조현상’으로 만들어진 군중집단은 무서운 파괴력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어쩌면 마르크스, 니체 등과 함께 현대의 3대 혁명적 사상가로 꼽히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집단 심리학’에 등장하는 ‘집단’의 부정적인 사례로 영원히 기록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저서 ‘집단 심리학과 자아분석’에서 집단이 갖는 부정적인 특성에 대해 ▲집단은 충동적이고 변덕스럽고 성급함 ▲집단은 무엇이든 쉽게 믿으며, 영향도 쉽게 받음 ▲집단은 곧장 극단으로 치달음. 의심이 표현된다 해도 그것은 당장 명백한 확신으로 바뀌고, 약간의 반감도 격렬한 증오로 바뀜 ▲집단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잘못인가를 전혀 의심하지 않을 뿐더러 자신의 막강한 힘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너그럽지 못하고 편협하며 권위에 순종적임 ▲집단은 힘을 존경하며, 친절함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음 ▲집단은 기본적으로 철저히 보수적이어서, 모든 혁신과 진보에 대해서는 깊은 반감을 품고 전통에 대해서는 무한한 경외심을 품음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정한 집단에서 이러한 특성이 발현되면 그나마 발견하기 쉽지만, 군중집단에서 이런 부정적인 사례가 발생하면 바로 잡아가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언론이 중립을 지켜야 하고 대립되는 주장이 있을 때 양측을 공정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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