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의미다. 오늘과 지금이 그렇다. 봄이 상징하는 생명과 희망보다는 모든 것이 막혀있고 어둡고 그늘지고 적막하다. 만물은 제철을 만나 잎을 내고 꽃을 피우며 저마다 자기의 역할을 다하며 다가오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거리두기’라는 말이 생긴 것처럼 순식간에 모든 것이 갈라지고 멀어져 가고 있다. 이 강산뿐만 아니다. 지구촌(村)이라 했으니 언젠가부터 세계는 마을의 개념처럼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지만, 이젠 나라마다 빗장을 걸어 잠그며 분리를 넘어 차단 봉쇄를 외치는 세상으로 급 전락했으니,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의 참혹한 현실이다.

과연 누구의 장난일까. 상상조차 하기 싫은 가정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 지구촌에 얼마 동안 지속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래도 포기해선 안 된다. 2020 경자년(庚子年) 쥐띠해가 힘차게 떠오를 때 가졌던 꿈과 희망을 포기해선 안 된다. 예측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찾아온 바이러스 공포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초토화시키고 있지만, 어쩌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달려가는 여정 가운데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차라리 받아들이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것도 기쁘게 받아들이자. 물론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몇 달 전, 우리는 주역의 육십갑자 중 37번째 찾아온 경자년의 운세를 경이롭게 맞이했다. 천간(天干) 중 이 경(庚)은 백색(흰쥐)의 의미와 배달의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으니 우리 민족이 마지막 때 하늘이 택한 백의의 민족임을 오늘에까지 잊지 않고 전해왔으며, 지지(地支) 중 하나인 자(子)는 다시 돌아온다는 ‘회복’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2020 경자년은 이 지구상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큰 변화를 이미 예고하고 있었다.

나아가 동서고금을 통한 모든 성인들은 그 큰 변화를 통해 부패한 한 세상이 끝나고 새로운 하늘이 열리고 동방이 회복되는 신천운(新天運)이 될 것을 알려 왔으며 지금이 바로 그때를 맞이한 것이다.

회복(回復)이라 했다면, 인류는 긴 세월 죄로 얼룩져 왔으니 죄와의 질긴 인연을 완전히 끊기 위해선 누군가는 죄의 값 곧 이 시대의 십자가를 대신 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으니 어쩌면 태고 이후 지금까지 없었던 대 환난이 예고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폭풍이 지난 뒤엔 고요가 온다(After a storm comes a calm)”는 영어 속담이 있다. 고요와 평화가 우리의 소망이라면 그 소망을 얻기 위해선 폭풍이라는 환난을 견뎌내야만 하니 만고의 이치가 아닌가. 폭풍은 무너뜨리고 파괴하고 파멸시키고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러워진 세상을 깨끗케 하는 것이고 바로 세우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새로운 세상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온갖 더럽고 추하고 가증한 것들을 쓸어버릴 때 비로소 회복되는 것이니, 새것을 맡기 위해선 고통과 환난이 반드시 요구됨을 만물의 이치를 통해 배우게 된다.

폭풍을 통해 온갖 더러운 것들을 보내야 하듯, 우리가 보내야 할 것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생각과 사상을 지배하는 문화 즉, 어용(御用,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에 영합하여 행동함을 낮잡아 이르는 말) 언론이다. 이 어용은 늘 힘과 권력의 편에서 소수와 사실과 진실과 정의를 짓밟으며 혹세무민(惑世誣民, 세상 사람들을 속여 정신을 홀리고 세상을 어지럽힘)해 왔다.

외세의 침략으로부터의 물리적 지배를 받을 때만이 지배가 아니다. 권력과 권력의 편에 선 어용들로 형성된 보이지 않는 힘과 위력으로부터 사실과 진실이 왜곡되고 짓밟히는 이면적 압제와 편견은 그 어떤 고통보다도 참기 어렵다.

가짜 세상 부패한 세상을 견인한 주범은 풍문(風聞, 사실과 다른 바람결에 떠다니는 소문)이며, 이 풍문은 바로 어용언론이 주도해 생산해 낸 것이다. 이제 폭풍같이 찾아온 대 환난을 통해 거짓된 가짜와 우상들을 날려 보내고,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바탕을 두고 진리를 탐구함)의 정신으로 새로운 세상을 추구해 가야만 한다.

새로운 세상이란 꿈과 환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실사구시 즉, 사실에 바탕을 두고 진리를 추구해 갈 때 온 인류가 꿈 꿔온 세상 즉, 공의 공도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이 새로운 세상은 온 인류가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이므로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의무 또한 있는 것이다.

새 시대의 주인공은 새 시대에 어울리는 자격을 갖춘 자며, 그 자격은 합당한 옷을 입고 환난과 싸워 이긴 자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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