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아직까지 입장차 여전해”
美국무부, 韓측에 ‘유연성 발휘’ 주문
전문가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치킨게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국이 올해 부담할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결정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19일(현지시간) 마무리됐지만, 양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또 무산됐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이 ‘내달 1일부터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는 20일 “아직 양측 간 입장 차이가 있는 상황”이라며 “양측은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의 조속한 타결을 통해 협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태세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대변인 명의로 낸 발표에서 “양국 간에 입장 차이가 크다”며 “합의에 이르려면 한국 측이 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우리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한미 양국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 타결을 위한 7차 회의를 진행했다.
당초 이틀로 예정돼 있던 회의 일정을 연장해 사흘간 회의를 열었고,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드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단독으로 만나 집중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한미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적용돼야 할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총액 등에 대한 이견으로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당초 요구했던 50억 달러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작년 분담금인 1조 389억원을 크게 웃도는 40억 달러 안팎의 금액을 제시하고 있고, 한국은 이에 10% 안팎의 인상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협상은 지난 1월 14∼1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6차 회의 이후 두 달 만에 재개됐다. 한국 대표단은 완전 타결을 목표로 하되 총액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4월 1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막기 위해 인건비 문제만이라도 우선 타결을 시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미국은 ‘인건비 우선 타결’ 방안과 관련해 “포괄적인 SMA를 신속하게 맺는 것을 대단히 손상할 것”이라며 반대를 분명히 해 온데다 이번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다음 회의 일정도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지만, 어찌됐든 양측은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앞선 회의에선 차기 협상 일정을 언급해왔다. 만일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짓지 못할 경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주한미군사령부가 주한미군 내 한국인 직원에 대한 잠정적 무급휴직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이날도 미 국무부 대변인이 “한미 간 합의가 불발되면 주한 미군 내에 한국인 근로자 중에 절반 정도가 무급휴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실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무급휴가가 이뤄질 경우 미국도 한국의 부정적인 여론과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우리 협상팀 역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결국 양측은 최종 타결을 위해 막판까지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시간도 촉박한데다 미국도 우리도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당분간 양측 어느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치킨 게임으로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내달 1일까지는 사실상 최종 타결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그런 상황까지도 고려해 플랜A, 플랜B 등을 계획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