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기 과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본부에 대한 행정 조사를 마친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 등 정부 조사단이 시설을 나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5일 경기 과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본부에 대한 행정 조사를 마친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 등 정부 조사단이 시설을 나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신천지는 즉시 강제폐쇄에 압수수색

기성교회 집회금지 눈치보다 감염확산

경기도에선 신천지 집단감염 사례 없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놓고 종교단체별로 사뭇 다른 행정력을 보이고 있어 도마에 오른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은 코로나19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 대구교회에서 집단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교회와 부속기관 등을 폐쇄하고 모임, 전도활동 등을 일체 중단했다. 지난달 18일 폐쇄를 시작해 오늘(18일)로 한 달 째다.

폐쇄 전날 31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음에 따라 대구교회는 물론 이튿날 전국의 모든 교회가 예배와 모임 등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진행하는 모든 활동을 일제히 중단한 것이다. 확진자 발생 후 하루만에 이뤄진 조치다.

경기도는 신천지 신도인 31번 확진자와 접촉한 확진자가 3명 발생하고, 대구를 방문했던 확진자들이 증가하자 24일 신천지 종교시설을 강제봉쇄하고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재명 지사는 25일 과천 신천지 시설에 진입해 긴급 강제조사를 실시했다. 경기도에서는 신천지 집단 감염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우려에서 나온 조치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강제 조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지금은 전쟁상황으로 명단 확보까지 철수 금지”를 지시하며 “대규모 감염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어 신천지 측이 명단을 제출할 때까지 더는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천지 측은 국내 21만 2324명, 26일 해외 3만 3281명 등 총 24만 5605명의 명단을 보건당국에 모두 제공했다. 교육생들은 정식 성도가 아니어서 명단을 임의제공할 수 없었다는 게 신천지 측 설명이지만, 명단 유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보건당국이 지는 조건 아래 6만 5127명(국내 5만 4176명, 해외 1만 951명)의 명단도 제공했다.

그렇지만 신천지를 이단이라고 규정한 기성교회발 ‘자료 은폐·허위제출’ 주장은 계속됐다.

3월 2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기자회견 후 현장에서 이어진 신천지 행정 관계자들의 발표에서 해명도 있었지만 묻혔고, 여론은 신천지 반대 측의 주장을 더 신뢰했다.

결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명단 차이에 대한 의혹을 밝히겠다면서 5일 행정조사를 진행했다. 방역당국은 중수본의 특별관리전담반, 방역대책본부의 역할조사팀, 검찰청 포렌식분석팀 등이 합동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신천지 본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아주 기본적인 차이로 인해서 발생했던 오류”라고 밝혔다. 검찰도 17일 포렌식분석팀 분석결과 기존에 제출한 자료와 차이가 없던 것으로 확인했다.

기성교회발 주장으로 온갖 가짜 의혹이 제기돼 전국적인 행정력만 낭비된 상황에서 경기도 종교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신천지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들에서 터졌다.

18일 0시 기준 경기도 코로나19 확진자는 278명이다. 종교 집회관련 감염자는 75명으로(성남 은혜의강 교회 50명, 부천 생명수 교회 15명, 수원 생명샘 교회 10명)으로 신천지(31명)의 2.41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경기도는 이처럼 교회 내 집단감염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도 소위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기성교회들의 명단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치 신천지만 잡으면 바이러스는 다 막는다는 식이었다. 5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한 성남 ‘은혜의강교회’도 경기도 교회 명단에는 없었다. 종교시설은 등록‧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지만 신천지교회 명단을 확보하겠다며 이재명 지사가 긴급하게 신천지 본부를 방문했던 것과 사뭇 태도가 다르다.

경기도가 ‘협조 잘하는’ 신천지를 경계하느라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해 정작 도내 종교시설 등 집단감염시설 파악하는 데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도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예방 및 종교시설 집회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경기도) ⓒ천지일보 2020.3.1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1일 도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예방 및 종교시설 집회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경기도) ⓒ천지일보 2020.3.11

아울러 이재명 지사는 18일 경기도 137개 교회에 대해 밀접집회 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지사는 “종교집회 전면 금지 명령을 검토하다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자율적 조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종교계 의견을 수용해 행정명령을 유예했다”며 “예방수칙 위반 시 집회를 제한하기로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집단예배를 한 곳이 무려 137곳이었다”고 설명했다.

도내 교회 명단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137곳에 대한 행정명령으로 집단 감염을 막을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집단 감염을 막겠다며 신천지 전체 시설 폐쇄는 물론 한 곳이라도 빠진 곳이 있을까 싶어 명단 확보 등을 위해 ‘신속하게’ 일처리를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또 ‘은혜의강교회’에서는 소위 신천지 이단 감별사로 알려진 담임목사의 부인과 관계자가 바이러스를 없앤다며 소금물을 넣은 분무기로 교인들 입 안에 넣었다 뺀 것으로 밝혀지면서 ‘인포데믹(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 등이 미디어, 인터넷 등을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의 심각성이 현실화했다.

경기도가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행정력을 발휘해 국민들에게 잘못 알려진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는 데 힘쓰고, 도내 집단 감염시설에 대한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은혜의 강 교회에서 신도와 가족 등 40여명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목사 부부와 신도 등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은혜의 강 교회에서 이날 신도  40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총 4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교회 측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자진 폐쇄 조치를 내렸다. 사진은 이날 경기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 모습.ⓒ천지일보 2020.3.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은혜의 강 교회에서 신도와 가족 등 40여명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목사 부부와 신도 등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은혜의 강 교회에서 이날 신도 40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총 4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교회 측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자진 폐쇄 조치를 내렸다. 사진은 이날 경기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 모습. ⓒ천지일보 20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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