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고구려 와당 가운데 가장 전형적으로 평가 되는 것은 바로 여기 소개하는 와당류다. 과거 전문적인 연구자들 가운데는 이런 유형을 귀면(鬼面)으로 호칭했다. 고구려 와당하면 ‘귀면’이라고 할 정도로 지금도 이 명칭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 와당을 용면(龍面)으로 호칭한 분은 전 경주박물관장 강우방 박사다. 필자도 오랜 기간 글을 쓸 때 마다 ‘귀면’이라고 써온 게 사실이다. 그러니 보다 넓게 중국 역사와 와당을 조사하다보니 강박사의 주장에 동조하게 되었다.

고구려 용면을 중국 학자들은 ‘치우롱(蚩尤龙)’이라고 하여 비를 내리는 용으로 보고 있다. 기와의 처마에 용마루를 만들고 외벽에 용면을 그려 붙이는 풍속은 바로 화재를 막기 위한 고려에서 생긴 것이다.

관자(管子) 수지편(水地篇)에는 ‘용은 물에서 낳으며, 그 색깔은 오색(五色)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조화능력이 있는 신이다. 용은 높이 오르고자 하면 구름 위로 치솟을 수 있고, 아래로 들어가고자 하면 깊은 샘 속으로 잠길 수도 있는 변화무일하고 상하무시(上下無時)한 신이다.’라고 설명했다.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3.18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3.18

고구려인들은 치우의 얼굴을 적색 와당에 새겨 지붕을 덮었다. 큰 눈과 이마의 뿔 그리고 양 볼에 난 터럭, 그것은 힘 있는 장정, 혹은 전사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용면은 더욱 그로테스크한 얼굴로 발전한다. 고구려 와당의 초기 용면은 후에 나타나는 무서운 얼굴에 비해 온순하고 해학적이다. 신라왕도 경주에서 그동안 출토된 험악한 인상을 가진 용면에 비해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 준다 이런 류의 와당은 6세기 장수왕이 이전한 평양 왕도 시기에도 많이 제작 사용되었다.

이 와당은 이마에는 삼지창 같은 뿔이 나타난다. 눈은 크고 눈썹은 눈 위에서 톱니처럼 위로 뻗어있다. 코는 주먹코로 옆으로 벌어져 있으며 입은 크게 벌려있다. 눈과 아래턱을 1조의 선문으로 돌려 더 크게 보인다. 이빨은 입 중심에 웃니 만 5개가 표현되어 있다. 주연은 좁으며 아무런 무늬가 없다. 색깔은 적색이며 크기는 경 17㎝, 두께 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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