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의 아침평론] 애꿎은 피해자들에게 덤터기 씌우는 나라
[정라곤의 아침평론] 애꿎은 피해자들에게 덤터기 씌우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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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전염병 환난으로 나라안팎이 시끄럽고 뒤숭숭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8300명을 넘었고 뒤늦게 확산되고 있는 유럽, 미국 등지에서도 온통 난리다.

전염병 발생지로 확진자가 가장 많은 중국에서는 이제 증가세가 한풀 꺾여 우한시민들이 차츰 활기를 찾아간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 다음으로 많은 이탈리아, 이란에서는 확진자 급증에다가 하루 사망자마저 수백명에 이르고 있으니 세균과의 치열한 전쟁 중이다. 코로나19가 그 짧은 기간에 세계 곳곳으로 널리 퍼졌으니 ‘지구촌이 한 울타리’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난다.

난리통을 만난 이탈리아, 이란 등 외국에서는 그 나라 방역당국이 알아서 조치를 잘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사회에서의 흐트러진 모습도 말이 아니다.

유언비어나 거짓뉴스 또는 실체적 진실에 근거하지 않고 마녀사냥식 일방적 매도로 민심마저 흉흉하다. 이러한 일들은 방역의 초동대처에 실패한 정부당국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잘하고 있는데 특정종교가 문제라는 식이어서 우리사회의 사시(斜視)가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다.

전염병은 우리나라 역사를 보아서도 고려, 조선조 등 어느 시대나 골고루 발생했다. 특히 기근과 함께 찾아오면 그에 따른 사망자가 많이 발생해 민심이 흉흉해지곤 했다. 원인을 모르니 정확한 이름도 없어 염병(染病), 역병(疫病) 등으로 불러진 전염병은 순식간에 인명을 뺏고 온 마을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일이 옛날에도 비일비재하다.

1671년 전라도 감사 오시수(吳始壽)가 올린 보고서의 “기근의 참혹이 올해보다 더 심한 때가 없었고 남방의 추위도 올 겨울보다 더 심한 때가 없었습니다. 굶주림과 추위가 몸에 절박하므로 서로 모여 도둑질을 하고 있습니다. … 또 돌림병이 번져 죽은 자가 이미 6백70여 인이나 되었습니다”는 내용에서 확인되듯 1670년과 1671년에 전염병에 걸린 사람은 5만 2천명이 보고됐고,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2만 3천명 이상은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처럼 원인도 모르는 전염병에 대한 방책이 없어 수많은 인명피해가 고스란히 발생됐던 것이다. 전염병이 도져 민심이 흉흉해지면 조정에서는 민생정책을 쏟았다. 치료약이 없는 시절인지라 별다른 대책 없이 환자 격리 등 방법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조정에서 나서서 피해지역 백성을 위무하고 민심회복 정책에 전념하는 등으로 구제정치를 했던 것인바, 그 기본은 애민사상이었다.

백성들의 어려움을 알고 널리 긍휼정책을 펼치면서 한편으로는 조정과 지방이 처한 사정을 그대로 알려 백성들을 위로하였으니 요즘과 같은 거짓뉴스나 국정실패를 넘겨치기하는 고단수 정치적 술책(?)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조정을 믿고 따랐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정부에서는 고심이 많은 가운데도 정부·여당측 인사들은 본질을 흐리는 발언을 하고 있어 문제가 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각종회의에서 코로나사태를 신천지사태로 변질시키고 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마찬가지다.

홍 부총리는 지난 11일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스크 생산량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던 도중 “2월 19일 대구 사태 직전과 직후, 신천지 사태 직전 직후에…”라고 말했다가 지적을 당한 뒤 ‘대구 사태’를 ‘신천지 사태’로 급히 정정한 것인바, 코로나19 상황이 어찌 대구사태이고, 신천지사태인가?

정부·여당에서 코로나19 시국을 신천지사태로 몰고 가는 데는 의도성이 엿보인다.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해 국내로 감염 우려가 있어 대중국 봉쇄를 요구한 감염협회나 전문가의 건의를 정부가 간과한 즉, 초동대처에 실패를 한 것이다. 그 후 막상 확진자가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문제가 되자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신천지교를 빌미삼아 정부는 조치를 잘했음에도 신천지교 신도들이 확산시킨 주범이고,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투다. 아직까지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코로나19 국내 첫 집단 감염이 발생해 총 119명의 확진자와 7명의 사망자가 나온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의 최초 감염원이 누구인지 답변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역 일각에서는 대남병원 병동간호사들이 2월 7일부터 고열증세를 보였다고 하는데도 질본은 2월 15일부터 시작됐다고 발표한바, 감염 시기는 잠복기 2주일을 고려하면 1월 말경이고, 이때는 중국관광객들이 대구·경북에 대거 몰려온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 등에서는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고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에도 간 적이 없는 31번 확진자를 슈퍼전파자 인양 내몰았고, 국무총리, 부총리가 나서서 신천지사태로 몰아갔던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부가 초동 대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애꿎은 피해자들에게 덤터기 씌우기하고 있는바 이는 정상적인 국가·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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