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자신을 조희연 프로, 조희연 쌤이라고 불러 달라고 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페이스북에 ‘학교에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라는 글을 올려 질타를 받고 결국 공개사과까지 했다.

서울교총은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 도대체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만일 교원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면 명백한 명예훼손이고 교권 실추를 자행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울시 교육청 청원 게시판과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조희연 교육감의 해명과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이 게시됐다. 작년에 자신을 조프로로 불러 달라는 코미디 기자회견을 하더니 이젠 대 놓고 교육 공무직 노조위원장 수준의 실언을 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시 교육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교육의 최일선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교사를 편협한 인식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앉아서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학교현장이나 교사를 어떤 수준으로 생각하는지 본심이 은연중에 나온 말로 실언이라 볼 수 없다. 게다가 이 발언이 학생들의 건강만 고려해 개학 연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교육 공무직이 월급을 못 받는 걸 걱정하며 나온 말이니 충격이다.

가뜩이나 교권이 추락해 공교육이 붕괴하고 있는데도 교육계 수장이 교사의 역할을 깎아내리는 글을 쓰며 공무직 편에 서는 듯한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4월 초로 개학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교사들도 혼란 속에서 최선을 다해 교대로 출근하며 언제든 수업할 수 있도록 신학기 준비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는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교육청 지침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3월이면 교사들은 교과수업 외에 수업계획서, 부서별 운영계획서, 평가기준안, 수업지도안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아이들이 없어 수업을 안 할 뿐이지 개학 연기로 변경된 각종 계획서를 수정하며 교육청에서 쏟아지는 공문 처리도 도맡아 하고 있다. 공무직인 돌봄전담사가 못하겠다고 해 야간 긴급돌봄에 투입되는 교사도 있다. 개학 연기가 휴업인 탓에 방학을 줄여 부족한 수업을 하러 나중에 출근해야 한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의 현실을 모르고 절망에 빠뜨리는 망언을 내뱉었다면 당장 책임을 지고 교육계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맞다. 교육감의 발언을 계기로 교육 공무직과 교사 편 가르기가 온라인상에서 또 벌어지고 있다. “교사가 방학 때 임금 받는 게 부당하다. 교사가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다닌다”라는 등의 깎아내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교사의 급여는 연봉을 12개월로 나눠 받고 결코 고액 연봉자가 아니다. 필자가 중학교 교사 시절 받던 30년 차 교사 연봉이 8천만원 정도였다. 당시 다른 직종의 친구들 연봉을 보면 공고 졸업한 현대차 친구는 1억 2천, 직업군인으로 중령인 후배는 1억 1천, 공기업 차장인 친구는 1억 3천 정도 연봉을 받고 있었다. 교사의 연봉이 가장 적다.

방학 때 쉬는 건 교사의 특수한 직업 특성상 받는 혜택이다. 방학에도 연수받고 출근하고 여행도 간다. 그게 부러우면 학교 다닐 때 진로를 교사로 정하던지 더 많이 쉬는 직업을 선택하면 될 일이다. 직업별 어떤 혜택이 있는지,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 다 알면서 능력이 되지 않아 교사를 못 했으면서 그저 교사를 폄훼하고 깎아내리기에 혈안이다. 방학이 4개월 가까이 되는 교수도 방학 때 월급 받고, 조직 구성원을 폄훼하는 말을 하는 교육감도 고액연봉자다.

교사 깎아내리기에 늘 앞장서는 공무직 처우는 교사나 공무원과 비교해선 안 맞다. 학생 급식을 볼모로 공무직 파업의 최선봉에 서는 조리사 처우는 회사 구내식당의 조리사와 비교해야 맞다. 조리사 대부분이 연줄로 들어온 사람인데 무기계약직으로 정년까지 보장받으니, 노조 만들어 매년 파업해 공무직 초봉이 공무원 초봉보다 더 많은 기형적 임금체계가 됐다. 공무원과 교사는 고시원과 학원에서 몇 년을 공부에 매달려야 겨우 가능하다. 시대를 잘 만나 갑자기 정규직 된 공무직은 “우리의 최종 목표는 공무원입니다!”라고 공공연히 주장한다.

공무직 월급 걱정에 아이들 안전과 직결된 개학 연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페이스북에 글 올리며 의견을 구할 정도의 능력이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교사들은 “언론과 국민이 인터넷으로 폭력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어도,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모욕을 당해도 사명감 하나로 버텨왔는데 더는 버틸 힘마저 사라졌다”라고 한다. 학교에는 임용고시와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집단과 시험 한번 보지 않고 60세까지 정년보장 되고 공무원보다 초봉이 많은데도 툭하면 파업하는 책임감 없는 집단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조프로는 이번 기회에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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